영화 ‘밀수’(감독 류승완)가 여름 극장가를 평정할 수 있을까. / NEW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가 여름 극장가를 평정할 수 있을까.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 먹고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 분)는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 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 해녀 진숙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 분)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2021)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배우 김혜수‧염정아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 투톱물이다. 

매력이 넘친다. 흥미로운 소재와 반가운 여성 중심 서사 위에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이 빚어내는 빛나는 ‘케미스트리’, 바다와 도시를 오가는 여름 영화 특유의 시원한 감성과 신선한 수중 액션 등 장르적 쾌감까지 모두 담아내며 ‘텐트폴’ 영화로서 제 몫을 다한다. 

김혜수(왼쪽 위)와 염정아(왼쪽 아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반가운 여성 중심 서사 여름 대작 ‘밀수’. / NEW
김혜수(왼쪽 위)와 염정아(왼쪽 아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반가운 여성 중심 서사 여름 대작 ‘밀수’. / NEW

우선 19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라는 소재와 ‘해녀’의 만남이 흥미를 자극한다. 바다에 물건을 던지고 세관의 눈을 피해 건지면 큰돈을 번다는 참신한 소재에 생계를 위해 밀수를 시작하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해녀라는 설정을 더해 흥미로우면서도 공감 가득한 스토리를 펼쳐낸다. 여기에 70년대 어촌의 모습을 재현한 가상 도시 ‘군천’과 장기하 음악감독이 완성한 음악 역시 그 시절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밀수’만의 무드를 완성한다. 

‘캐릭터의 힘’도 크다. 먼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춘자와 살기 위해 밀수판에 가담한 해녀들의 리더 진숙은 다소 전형적인 설정으로 개성은 약하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매력과 안정적인 ‘케미스트리’로 극의 중심을 꽉 잡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변화하는 두 인물의 감정과 관계성을 보는 것도 영화의 큰 재미 포인트다. 

여기에 사업가적인 면모와 악독한 기질로 밀수판을 접수한 권 상사와 해녀들을 보필하며 어깨너머 밀수를 배우다 야망을 갖게 되는 장도리(박정민 분), 점점 판이 커지는 밀수판에 변화를 불어넣는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 분)과 다방 마담 고옥분(고민시 분)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다채로운 재미를 더한다. 

매력 만점 캐릭터를 완성한 (위 왼쪽부터) 박정민과 김종수, 고민시와 조인성. / NEW
매력 만점 캐릭터를 완성한 (위 왼쪽부터) 박정민과 김종수, 고민시와 조인성. / NEW

오락적 재미와 장르적 쾌감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의 주요 공간인 바닷속을 그대로 재현한 풍광부터 그 속에서 펼쳐지는 리얼한 수중 액션까지 그동안 보지 못한 풍경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마치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리얼하면서도 생생한 장면 연출로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수중 액션 신은 여성 액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감독의 영리함이 엿보인다. ‘해녀’에게 익숙한 공간인 바닷속에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적을 제압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실감 나면서도 설득력 있는 액션을 완성한다. 

김혜수, 염정아를 필두로 조인성‧박정민‧고민시‧김종수 등 배우들도 호연을 펼친다. 김혜수는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게 뜨거운 매력을 보여주고, 염정아는 그런 김혜수 곁에서 힘을 뺀 유연한 연기로 균형을 맞춘다. 조인성은 서늘한 눈빛부터 반전 면모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김종수도 단단한 연기 내공을 입증한다. 

박정민과 고민시의 활약도 돋보인다. 아니, 가장 빛난다. 탄탄한 연기력과 흠잡을 데 없는 캐릭터 소화력, 독보적인 매력으로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웃기고 짠하고 사랑스럽고 다 한다. 두 배우에게 제대로 치일 것이다. 러닝타임 129분,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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