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강민정, 유기홍, 박광온, 정춘숙 의원(왼쪽부터)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추모공간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사진=정현환
김경만, 강민정, 유기홍, 박광온, 정춘숙 의원(왼쪽부터)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추모공간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사진=정현환

시사위크=정현환 기자  흩어진 점(點)이 하나의 선(線)이 됐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분향소로 가는 길이 그랬다. 처음엔 드문드문 눈에 띄어 알아채지 못했는데, 분향소가 차려진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오르막을 오르기 위해 한 줄로 늘어선 사람들의 풍경이 그랬다. 

24일 오후 3시. 각자 다른 길로 분향소를 찾아왔지만, 망인을 추모하는 공간에 가까워질수록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가 2023년 7월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21일 새벽 1시, 서울교사노동조합은 페이스북에 서이초의 학부모 갑질 등 피해 관련 익명 제보를 취합해 발표했다. 7월 22일 오후 보신각에 망인과 같은 교사 수천 명이 모여 “진상규명 촉구한다!”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 선생님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에 정치권이 반응했다. 여당과 야당 구분 없이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됐지만 23살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의 죽음을 애도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죽음이 선생님들 스스로 나를 지키겠다며 일어서게 만들었다”며 “민주당은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죽음과 그 슬픔을 잊지 않겠다는 많은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10분 분향소가 마련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방문했다. 조문한 그는 “선생님들의 간절한 열망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선생님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좋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향소 찾아와 직접 봤는데 어떤 심경이냐’라는 물음에 “선생님께 많이 죄송하다. 저희들이 그동안 해야 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로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제1야당의 의원으로서 더없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희들이(민주당이) 교실에서 선생님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이 함께 존중되고 보완되는 그런 좋은 방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꼭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 사회가 누군가 목숨을 잃은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해법을 찾으려 한다”며 “이 무감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저희들이(민주당이) 철저하게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정춘숙 의원, 박광원 민주당 원내대표, 유기홍 의원, 김경만 의원이 24일 서울 서이초 교사 분향소에서 추모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현환
정춘숙 의원, 박광원 민주당 원내대표, 유기홍 의원, 김경만 의원이 24일 서울 서이초 교사 분향소에서 추모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현환

박 원내대표와 자리를 같이한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장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제도 개선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모아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위원장은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번 일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일어나는 것처럼 교육부 장관과 대통령이 말씀을 하시는 건 크게 우려스럽다”며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가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것을 해법으로 생각하는 한 정쟁이 일어나고 오히려 지혜로운 제도 개선 합의가 어려워질까 걱정된다”며 “민주당은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최대로 수렴해서 제도 개선을 이번 기회에 하겠다”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 흔한 일이고 남의 일도 아니다

시민들은 이번 서이초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망인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방문한 A씨(46ㆍ인천)의 직업은 교사였다. 어떻게 오게 됐냐는 물음에 그는 “오죽하면 왔겠냐''고 말했다. 

A씨는 “악성 민원은 우리한테 늘 있는 흔한 일이다”며 “어느 학교에 근무하든 현실은 다 똑같다. 언젠가 이럴 줄(극단적 선택) 알았다는 이런 생각도 평소에 가끔 했었는데 정말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막 대학교 졸업하고 임용 끝나고 그런 청년이 담임 맡아서 뭔가 열심히 해봤을 텐데”라며 “안타깝게 죽었다. 오죽하면 교실에서 죽었겠냐. 그냥 참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직업이라서가 아니라 꽃 같은 나이에 이런 일(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분하다”고 덧붙였다.

A씨뿐만 아니라 B씨(25ㆍ천안)도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망인과 같은 교육대학원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나이도 저랑 너무 비슷한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가족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다. 평소 다들 암암리에 (교사 인권 실태를) 알고는 있어서 말리는 분위기였다”며 “이 사건 이후에 교사 쪽으로 가는 걸 말리고 있다”고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 분향소가 마련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추모공간 모습 /사진=정현환
서울 서이초 교사 분향소가 마련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추모공간 모습 /사진=정현환

이날 딸과 분향소를 방문한 C씨(52ㆍ분당)도 격앙된 심정을 드러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유족'이라고 소개한 C씨는 “아직 (나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딸 같은 아이(서이초 교사)가 예기치 못하게 마음을 달리 먹고 간 게 너무 안타까워서 우리 딸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이어 “막내가 초등학생인데 남 일 같지 않다. 제발 젊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차별이 없고 갑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교사한테도 학생한테도 은폐되지 않고 철저히 진상규명을 했으면 좋겠다”며 “가해자와 책임자는 꼭 어떻게 해서든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분향소는 유족이 공개를 원치 않아 영정과 명패 없이 추모객을 받고 있다. 이날 망인을 기리기 위해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들 옆으로 조화를 가득 실은 트럭이 연이어 언덕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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