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는 모습.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고시 제정과 자치조례개정을 지시했다. 이는 서이초등학교 사건 등을 계기로 진보 교육감들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한다고 해서 교권 침해 사례가 줄어들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대통령실 “교권 침해 측면 있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정부에서 교권 강화를 위해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이 최근 마무리된 만큼, 일선 현장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당, 지자체와 협의하여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교권을 확립하는 것이 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정책 철학에 기반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물건 소지·수업시간 부주의 등 학생지도 방식의 구체적 범위를 규정한 교육부 고시를 내달 중 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불합리한 자치조례’는 ‘학생인권조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는) 일방적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많은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으니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아니냐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내 학생 인권과 자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0년 진보 성향 교육감 주도 아래 처음 도입됐다.서울·경기 등 총 6개 지자체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언급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 vs “원인 과도하게 단순화”

교육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시에 발맞춰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과 간담회를 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사들의 교권은 급격히 추락했으며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며 “공교육을 살리고 교실수업 혁신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학생을 지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교육부는 교원의 교육활동과 타 학생 학습권 침해 방지를 위해 생활지도 범위, 방식을 규정한 고시안을 8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또 학생인권조례도 손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인권조례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게 곤란하고, 사소한 다툼 해결도 어려워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이날 오후 긴급 간담회를 열고 “교권 확립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력을 담보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차관은 “법령 및 고시에서 생활지도권과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규정해 시행하더라도 학생인권조례 정비 없이는 교권의 근본적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차별 금지’, ‘사생활 침해 금지’를 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정당하고 즉각적인 학생 생활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도 나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사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교권 침해) 원인을 어느 하나로 과도하게 단순화하지 말고, 교원의 교육활동이 무참히 훼손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목마른데 밥 주는 격”이라며 “원래 반대하던 것을 이참에 없애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고등학교 담임교사를 맡은 B씨도 “아동학대법에서 교사의 생활지도와 관련된 법을 따로 규정하든지, 악성민원을 공무집행 방해로 처리하는 해결책이 필요하지 학생을 때린다고 말을 듣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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