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로 도태되는 하위 업체 수 증가 예상… 상대 영역 진출시 종합건설사만 유리

내년 건설업간 상호시장진출 전면 허용을 두고 건설업계가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 뉴시스
내년 건설업간 상호시장진출 전면 허용을 두고 건설업계가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건설사업자간 상호시장진출(이하 ‘상호시장진출’)’ 전면 허용을 두고 건설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건설업계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를 추진할 경우 종합건설사들의 전문건설업 진출로, 특히 소규모 전문건설사들의 폐업이 급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를 통해 건설사업자를 상대로 여론조사한 결과, 상호시장진출 허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무려 84.2%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건설업 경쟁력 강화 및 갈라파고스(사례가 없는) 규제 해소 차원에서 내년 상호시장진출 전면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호시장진출 전면 허용까지 앞으로 불과 5개월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사위크>는 일부 중소건설사 관계자 및 전문가 등으로부터 상호시장진출 허용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2021년부터 단계적 허용된 상호시장진출 내년 전면 허용

지난 2020년 6월 정부는 종합‧전문건설업간 업역규제 폐지하고 상호시장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을 위한 하위 법령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법령 공포 이후 2개 이상 전문업종을 등록한 전문건설사업자는 그 업종에 해당하는 전문공사로 구성된 종합공사를 원도급 받을 수 있게 됐다. 종합건설사업자 역시 등록한 건설업종 업무내용에 해당하는 전문공사를 원‧하도급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만 정부는 2021년에는 공공공사에 한해 상호시장진출을 허용했고 2022년에서야 민간공사를 허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영세 전문건설사 보호를 위해 종합건설사의 10억원 미만 공사 하도급과 2억원 미만 전문공사 원도급은 전문건설사에 한해 허용했다. 이는 오는 2024년부터 종합건설사업자에게도 허용된다.

따라서 종합·전문건설업간 전면적인 상호시장진출은 사실상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종합건설업은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 등을 통해 아파트 등의 시설물을 시공하는 건설업을 뜻한다. 공공공사를 정부 입찰을 통해 발주 받거나 재건축조합 등으로부터 민간공사를 수주해 시공하며 토목건축공사업, 토목공사업, 건축공사업, 조경공사업, 산업·환경설비공사업 등이 이에 속한다.

전문건설업은 시설물의 일부나 전문분야 공사를 시공하는 건설업을 말한다. 전문건설업은 실내건축공사업, 토공사업, 미장·방수·조적공사업, 석공사업, 도장공사업 등의 업종으로 세분화돼있다.

국토부가 내년부터 종합 및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진출을 전면 허용한다. /뉴시스
국토부가 내년부터 종합 및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진출을 전면 허용한다. /뉴시스

◇ 중소건설사 “종합건설사에 기울어진 운동장… 하위 업체간 경쟁만 치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중소건설사 대부분은 상호시장진출 전면 허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중소건설업체에 속한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일단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대형 종합건설사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상황에서 상호시장진출이 허용되면 그간 거들떠보지 않았던 하위업체 사업영역까지 넘보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종합건설사 사이에서도 대형 업체와 중견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중견 종합건설사의 퇴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소규모 전문건설사는 더욱 상황이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소규모 전문건설사가 종합건설업 진출을 위해 면허를 취득한다 해도 이미 대형‧중형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종합건설업 분야에서 과연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겠는지, 이 제도가 과연 건설업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해진 파이를 두고 소규모 업체간 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상호시장진출이 허용된다면 전문건설사는 1년 매출 1,000억원 수준의 대형 전문건설사만 종합건설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외 하위업체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반해 중소 종합건설사는 전문건설업 분야를 진출이 수월해 소규모 전문건설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즉 일정 규모 이상 중대형 종합건설사는 전혀 걱정이 없다. 전문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으로 넘어올 수 없고 중대형 종합건설사도 전문건설업에 진출하려 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하위 종합건설사와 대형 전문건설사간 종합건설업 분야에서의 경쟁, 하위 종합건설사의 전문건설사업 분야 진출에 따른 소규모 전문건설사의 매출 감소 등 하위권 업체간 경쟁만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한마디로 종합·전문건설업 분야에서 하위권 업체끼리만 치열하게 다투다가 못 버티는 업체만 사라지는 셈”이라며 “하위권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때까지 상호시장진출 전면 허용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을 모니터링해 제도 보완이 필요한 지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소규모 공사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는 영세 전문건설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된다”고 전했다.

전문건설사에게만 불리한 반쪽 대책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D건설사 관계자는 “전문건설사는 종합건설업 진출을 넘기 위해 수 많은 장벽(전문 면허 취득, 시공 실적 등)을 넘어야 한다”며 “반면 종합건설사는 전문건설업 턱을 넘기가 너무 수월하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문건설사 중 70~80%가 1개 업종에 대한 실적만 보유해 종합건설업 진출을 위한 등록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더불어 발주자들도 전문건설사가 종합공사를 수주하려하면 각종 전문업종 실적 및 면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시장진출을 전면 허용하면 종합건설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고 문제 삼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건설업간 상호시장진출 허용에 대해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부정적 의견이 84%인 것으로 집계됐다. / 리얼미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건설업간 상호시장진출 허용에 대해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부정적 의견이 84%인 것으로 집계됐다. / 리얼미터

◇ 전문가 “정부, 글로벌 표준 추구… 영세 전문건설사 보호 장치는 필요”

한 건설업 관련 전문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상호시장진출 허용은 대업종화가 핵심”이라며 “업종 파트별 카테고리를 크게 묶어 연관된 업종을 하나의 업체가 시공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시공 실적을 세분화해 집계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예를 들어 철거공사의 경우 지금은 단순히 철거공사로만 집계하지만 앞으로는 건물 철거, 교량 철거, 가시설물 철거 등을 따로 구분 집계해 그 회사 역량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글로벌 스탠다드(표준)도 업역간 제한을 없애고 통합하는 추세라 정부 대책을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영세 전문건설사 보호를 위해 10억원 미만 소액공사의 하도급을 전문건설사에게만 가능토록 한 기준은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 현상 등을 반영해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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