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4일부터 오는 9월 25일 기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방안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 뉴시스
법무부는 14일부터 오는 9월 25일 기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방안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최근 인터넷에 살인예고글이 올라오는 등 강력범죄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가 발생하면 충분한 처벌을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방안을 내놨습니다. 가석방 있는 종신형과 사형 사이에 형벌을 하나 추가한 겁니다. 법무부는 14일부터 오는 9월 25일까지 관련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Q. 현재 한국의 종신형에서 가석방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A. △살인 △특수강도 △성범죄 △미성년자 강간 △아동학대범죄 등의 범죄는 죄질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수감생활을 한 수감자는 형법이 정한 바에 따라 가석방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 ‘형법’ 72조는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Q.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1997년 12월 30일 23건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한국에선 사형집행이 없었습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사실상 무기형(종신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사형제도가 현장에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방안을 내놨습니다. 집행하지 못하는 사형으로 판결하는 대신 해당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한 겁니다.

최근 서울 신림역과 경기도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흉악범을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또 정부는 흉악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가석방돼 일상으로 돌아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Q.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A. 입법예고된 ‘형법’ 개정안은 42조 2항에서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새롭게 신설한 겁니다.

법무부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은 사형제와 함께 우리사회에서 장기간 검토돼온 방안”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이 가능한 지 여부를 밝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또한 가석방 요건을 밝힌 조항에는 단서를 신설해 ‘가석방이 허용되는 종신형’에만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살인 등을 저지른 흉악범죄자에겐 죄질에 따라 △가석방 있는 종신형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형 등의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법무부는 죄에 맞게 단계적으로 처분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는 “중대 흉악범죄자의 사회복귀를 원천 차단해 사형에 가까운 사회방위 효과를 달성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한다”며 “사형과 무기형 사이의 간극을 메워 사형제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입법효과를 말했습니다.

Q.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형법’과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형을 폐지하고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이상민 의원 안이 밝힌 종신형 또한 가석방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무부 안은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인 반면, 이상민 의원 안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최고 형벌로 이뤄지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이상민 의원은 사형제도가 과거 국내에서 독재정권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사용된 바 있다며 사형제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선 오판 문제를 지적합니다.

사형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6년 2010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있는 만큼 법무부는 사형제도가 중대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오판이 사후에 드러나면 재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형제도처럼 위험성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Q.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민사회 의견은 어떤가요?

A. 국내에선 종교·인권·시민 단체들이 오랫동안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해왔습니다. 범죄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참혹한 범죄라 하더라도 복수하듯 생명을 빼앗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겁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에도 이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도입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사형제는 그대로 두고 중간에 새로운 종신형이 들어갔다”며 “이상민 의원 안이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한 것과 차이가 있다. 사형제 폐지가 선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예정 활동가는 구금시설 과밀화 문제를 우려했습니다. 장예정 활동가는 “종신형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 시설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교정 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지금도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를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지적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악화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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