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만 법무부 측은 실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권단체에선 단순 시설관리 지시를 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범죄자들에 경고하는 효과를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한동훈 장관 “법 집행 시설 방치되고 있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고 사형 확정자들의 행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형제도에 대해 한 장관은 “기본적으로 주권적 결정”이라면서도 “외교적 문제,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5년간 사형 집행이 되지 않았지만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정한 바 없다”며 “법 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되고 사형 확정자가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행태가 문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법에 사형제도가 명시된 만큼 집행 시설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장관은 “시설을 유지하고 수형 행태를 국민들이 납득할 정도로 관리하는 것을 국민이 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잠재 범죄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흉악범죄가 여러 차례 발생하고 온라인에선 ‘살인예고 글’이 올라오는 등 시민들의 치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는 길거리에서 경찰 제복의 가시성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묻지마 범죄’에 대응해 나온 치안 강화 대책이다. 또한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법무부는 해당 제도는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 흉악 범죄에 경고 메시지 의도일 듯 

사형제 찬반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판사가 오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측의 주된 논리다. 인권 측면도 강조된다.

법무부는 사형제를 언급해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등 4곳에 사형 집행 시설이 있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23건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실제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있다.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다양하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2022년 20개국에서 88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최근 여당에선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흉악범을 세금으로 먹여주고 재워줄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SNS에서 “흉악범에 한해선 법대로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가 잘못된 판결을 할 수 있다는 사례는 실제 찾아볼 수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재판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모 씨는 2019년 진범인 이춘재가 자백하자 누명을 벗게 됐다.

법무부 측은 사형 집행 시설 점검에 대해 통상 업무라는 설명이다. 인권단체에선 통상업무를 굳이 알리는 것에는 범죄 예방 등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보수 정권에선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한동훈 장관처럼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범죄로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신경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한국 사형 집행은 교수형으로 이뤄진다. 집행에 특별한 기구가 필요하지 않아서 청소 등의 업무 외에는 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장예정 상임활동가는 “통상업무는 장관 차원에서 할 지시는 아니”라며 “장관이 말했다는 것은 많은 보도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는 입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론을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