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업계 “어느 시민이 할 짓 없어서 줄자 들고 다니며 민원접수 하나”
동대문구청 “견인업체·PM업계 불화로 킥보드 견인 지정취소 검토 예정”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각각 자사 공유킥보드와 관련한 시민 불편신고 민원으로 접수된 사진을 확인한 결과 바닥에 줄자가 놓인 채 횡단보도부터 킥보드까지 거리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민원 신고에 대해  ‘견인업체의 셀프신고·견인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 공유킥보드 업계 제보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각각 자사 공유킥보드와 관련한 시민 불편신고 민원으로 접수된 사진을 확인한 결과 바닥에 줄자가 놓인 채 횡단보도부터 킥보드까지 거리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민원 신고에 대해  ‘견인업체의 셀프신고·견인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 공유킥보드 업계 제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공유 전동킥보드(이하 공유킥보드)를 견인하는 견인업체들 사이에서 ‘셀프신고·견인’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동대문구 공유킥보드 견인업체에서는 ‘제3자를 통해 공유킥보드의 불편신고 민원을 접수한 후 견인을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서울시청과 동대문구청에서는 해당 견인업체에 대해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공유킥보드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동대문구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공유킥보드 업체들을 통해 전달받은 ‘공유킥보드 시민 불편신고 민원접수’ 사진에는 바닥에 ‘줄자’가 펼쳐져 있다. 해당 사진에서 줄자는 대부분 횡단보도부터 공유킥보드 사이 거리를 측정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동대문구의 시민 불편신고 민원접수 사진에 함께 촬영된 줄자에 대해 하나 같이 “동대문구 견인업체의 셀프신고·견인 정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유킥보드 주차금지 구역 5곳(△차도 △지하철역 출입구 5m 이내 △버스정류소 5m 이내 △횡단보도 주변 3m 이내 △점자블록 및 교통섬)을 지정했다. 서울시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 주차금지 구역 5곳에 세워진 공유킥보드에 대해서는 60분의 견인 유예를 보장하지 않고 견인업체의 즉시 견인을 허용하고 있다.

즉 동대문구의 공유킥보드 견인업체에서 횡단보도 인근에 주차된 공유킥보드를 견인하기 위해 줄자로 거리를 측정하고, 줄자를 회수하지 않은 채 사진을 촬영했으며 ‘서울시 공유킥보드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을 통해 시민 불편신고 민원을 접수한 후 견인을 했다는 얘기다.

동대문구에서 공유킥보드를 운영 중인 A사 관계자는 “어느 시민이 할 짓이 없어서 줄자를 들고 다니며 공유킥보드와 도로·횡단보도 사이 거리를 측정하면서 불편신고 민원접수를 하나”라며 “즉시 견인 시간대에 주차금지 구역에 세워진 킥보드를 견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견인업체가 ‘서울시 공유킥보드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으로 시민 불편신고 민원을 접수하고 견인을 하는 것은 방식이 잘못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공유킥보드 B사 관계자도 “서울시의 여러 자치구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시민 불편신고 민원접수 사진에 줄자가 펼쳐진 채 촬영된 사례는 그간 경험한 적이 없으며, 최근 동대문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또 최근 동대문구 견인업체가 부당한 방법으로 무분별하게 킥보드를 견인해 동대문구청에 무상반환 민원도 여러 차례 접수했고, 견인비용 없이 킥보드를 반환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유킥보드 업체를 통해 제공받은 서울시 공유킥보드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 ‘불편신고’ 민원을 살펴보면 민원 접수 후 1∼2분 만에 견인이 이뤄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A 공유킥보드 업체 관계자가 제공한 ‘견인 알림’ 데이터에서는 민원 신고 위치·사유·시간 그리고 견인업체의 견인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불편신고’로 민원이 접수된 시간과 견인 시간이 불과 1∼2분 차이를 보인다. 이는 민원이 접수되자마자 견인이 이뤄진 것으로, 동대문구 견인업체 관계자들이 셀프 신고 후 견인을 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동대문구 견인업체는 ‘제3자를 통해 공유킥보드의 불편신고 민원을 접수한 후 견인을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킥보드 업체 관계자가 킥보드 수거 장면을 연출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무관하다. / 뉴시스
서울 동대문구 견인업체는 ‘제3자를 통해 공유킥보드의 불편신고 민원을 접수한 후 견인을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킥보드 업체 관계자가 킥보드 수거 장면을 연출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무관하다. / 뉴시스

동대문구청 교통행정과 공유킥보드 업무 담당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대문구청 담당 주무관은 “동대문구 킥보드 견인 지정업체가 최근 부당견인으로 인한 킥보드 보관료를 각 업체들에 반환(환불)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킥보드 견인업체 지정 취소를 검토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확인된 ‘줄자로 거리를 재고 불편민원을 접수’한 건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을 거쳐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겠다”며 “다만 일부 민원접수 건의 경우 즉시 견인 시간대에 해당되고 주차금지 구역 위치에 세워진 것으로 확인돼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조치를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구 킥보드 견인업체 관계자는 셀프신고·견인과 관련해 ‘제3자를 통한 신고’라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구 견인업체 관계자는 “견인업체 직원들이 직접 신고하고 견인하는 것은 서울시에서 하지 말라고 권고해서 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서울시에 추가 문의를 했을 때 ‘견인업체에 소속된 사람이 아닌 제3자가 신고를 하는 것은 시민 불편신고로 인지한다’라는 답을 받아서 우리가 제3자한테 부탁해 신고를 한 후 견인을 하고 있다. 우리가(견인업체 직원이) ‘직접’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해당 견인업체의 주장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대문구 견인업체에서 얘기하는 ‘제3자를 통한 신고’는 일반 시민을 통한 신고를 얘기한 것”이라며 “그간 공유킥보드 업계에서 견인업체의 부당견인과 관련해 민원을 접수하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인데, 동대문구 견인업체가 ‘제3자를 통해 신고하고 견인을 하고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공유킥보드 업체는 지난 6일 하루 동안 동대문구에서만 39대의 공유킥보드를 견인 당했다. 해당 공유킥보드 업체는 6일 견인된 킥보드를 되찾아 오기 위해 킥보드 1대당 4만원의 견인료와 그 외 보관료를 포함 약 210만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이는 다른 자치구의 견인 대수 및 회수 비용 대비 최소 2배 이상, 최대 4배에 가까운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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