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각 세대의 특징 상위를 강조해 사회발전 원동력과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찾는데 활용되는 이론이다.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거운 세대론은 ‘MZ세대’ 혹은 ‘Z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대론’에 집중하는 사이, ‘진짜 나’는 길을 잃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는데 나도 그렇다고? ‘어쩌다 Z세대’가 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지난해까지 불거졌던 Z세대와 관련된 논쟁은 한국이 오래전부터 지녀왔던 가치관과 최근 부상하고 있는 가치관이 일으키는 충돌에서 일부 비롯된 것 같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지난해까지 불거졌던 Z세대와 관련된 논쟁은 한국이 오래전부터 지녀왔던 가치관과 최근 부상하고 있는 가치관이 일으키는 충돌에서 일부 비롯된 것 같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회식에 참여하기 싫어하고 개인 시간을 존중받고 싶어 한다.’ ‘정시 출퇴근을 선호하고 내 일이 아닌 추가업무를 부담하기 싫어한다.’ ‘책임은 지기 싫어하면서 권리만 주장한다.’

지금까지 다뤄왔던 Z세대에 대한 오해와 편견입니다. 이들은 대체로 ‘신세대의 개인주의적인 면모’에 대한 불만으로 묶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동체를 위해 일부분을 내어줘야 당연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 세대 갈등, 어디서 비롯됐을까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지난해까지 불거졌던 Z세대와 관련된 논란과 갈등은 한국이 오래전부터 지녀왔던 집단주의적 가치관과 최근 부상하고 있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일으키는 충돌에서 일부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개인주의적인 국가입니다. 타인으로부터 독립되고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을 강조하는 경향을 개인주의라고 부릅니다. 미국은 본래부터도 개인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개인주의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한 연구는 미국인들이 △자녀에게 자립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의 중요성 △가족보다는 친구의 중요성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의 필요성 등 개인주의적 가치와 관련된 문항을 60여년 전과 비교해 더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본래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더 개인주의적인 신세대를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일일 겁니다.

이와 다르게 한국 사회는 오래전부터 집단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소속된 집단의 일원으로 정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구성원들과의 조화를 위해 스스로 말이나 행동을 조절하기도 하죠. 집단의 화합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뒤섞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0~50대를 대상으로 한국인의 세대별 문화 성향과 공동체 의식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집단주의 점수가 높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대가 바뀌면서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관도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우세한 흐름을 보인다고도 보고됩니다.

◇ ‘일반화된 세대’에서 벗어나기

많이 알려진 것처럼 ‘요즘 애들’에 대한 논란은 오늘날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과거에도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대립은 있었습니다. 다만 집단주의에 가치를 두는 기존 사회에서 이와 상반되는 개인주의가 점차 부상하면서, 최근 한국에서의 세대 갈등은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반복되고 있지 않나 의문이 듭니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중에서 어느 것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해서 집단주의적인 가치를 모두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가치관의 차이가 세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면, 어떤 차이가 왜 발생하고 있는지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개인주의와 관련된 연구보고서는 “만약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적 가치가 확산되고 있다면,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어떤 가치들이 개인주의적 가치에 의해 대체되고 어떤 가치들이 대체되지 않는가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일 것이다”라고 제언합니다.

이어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한국 사회에서 개인은 누구이고 개인주의는 어떻게 이해되며, 개인주의가 존재한다면 서구에서 발전해온 것과 어떤 점에서 유사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가에 관한 논의”라고 짚었습니다.

사실 저는 세대 갈등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오픈서베이의 ‘Z세대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는 Z세대를 단순히 하나의 세대로 보지 않고 세분화해서 그 특징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Z세대에는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이 섞여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관심사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릅니다.

이는 다른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해서, X세대라고 해서 모두가 비슷한 상황과 가치관을 공유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SNS의 등장으로 빠른 소통이 가능한 시대를 살아온 Z세대는 어쩌면 다른 세대보다 더 파편적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개인을 세대로 일반화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최혜원(2023), 한국은 개인주의적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가? 가족 구성, 대중가요 가사, 아기 이름 속 개인주의 변화 추이
2023.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
김해진 외(2023), 한국인의 문화적 자기관과 감정표현불능증의 관계: 세대에 의해 조절된 정서표현양가성 및 정서억제 연속매개과정 모형
2023.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Z세대 트렌드 리포트 2023
2023. 09. 오픈서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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