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각 세대의 특징 상위를 강조해 사회발전 원동력과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찾는데 활용되는 이론이다.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거운 세대론은 ‘MZ세대’ 혹은 ‘Z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대론’에 집중하는 사이, ‘진짜 나’는 길을 잃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는데 나도 그렇다고? ‘어쩌다 Z세대’가 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MZ오피스’가 논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현실고증으로 재미를 이끌었다는 평가와 과도한 희화화라는 비판이 모두 제기됐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MZ오피스’가 논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현실고증으로 재미를 이끌었다는 평가와 과도한 희화화라는 비판이 모두 제기됐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최근,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서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유행입니다. 남매 혹은 형제끼리 대화나 오래된 연인 간 대화의 특징을 잡아내는 등 세심한 관찰력이 돋보이기도 하죠.

SNL코리아를 통해 처음 등장한 ‘주기자’라는 캐릭터도, 최근 논란을 빚었던 ‘MZ오피스’도 비슷한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공감을 통해 재미를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과도한 희화화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논란에 오르게 됐습니다. 왜 그럴까요.

◇ ‘MZ세대’ 다룬 콘텐츠, 왜 논란되나

처음 ‘주기자’가 등장했을 때를 돌이켜봅시다. 현실고증이 상당히 잘 돼있어 재밌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동시에 불쾌하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당시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도 ‘나만 불편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 카메라 앞에서 말을 더듬거나 질문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 이를 희화화하는 것을 단순히 공감과 재미로만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당시 주기자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점을 짚어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게 아닐지 의문도 들었죠.

‘MZ오피스’도 비슷한 양상을 가집니다. 회사생활을 과장해서 표현했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평도 많았지만 비판어린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해당 콘텐츠가 전반적인 회사생활을 다루고는 있지만 주로 그리는 것은 사회초년생 즉, 신세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에어팟을 끼고 일해 사수의 지시를 듣지 못하는 신입사원. 눈치를 줘도 고기를 먼저 굽지 않고, 회사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먼저 움직이지 않는 신세대. 이것이 현실고증을 통한 공감인지, 과도한 희화화를 통한 조롱인지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MZ세대를 주제로 하는 영상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세대를 구분하고 서로를 가르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를 주제로 하는 영상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세대를 구분하고 서로를 가르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 일반화된 세대에 대한 희화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렇다면 이런 영상 콘텐츠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제가 만나본 이들은 같은 20대라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A씨는 “지나친 과장이 불쾌하게 느껴졌다”면서 “Z세대가 상대적으로 거침없다는 부분을 말이 안 통하는 것처럼 과장하다보니까 생각해보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지나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장된 부분은 내 모습이 아닌데 그런 프레임이 씌워진 Z세대로 나를 인식할 수도 있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다르게 B씨는 “예컨대 ‘노인’을 흰머리에 괴팍하고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처럼 특정 나이대 혹은 세대의 희화화를 통한 유머는 계속 있어왔다”면서 “MZ세대 혹은 Z세대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재미있자고 하는 이야기를 과하게 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한 번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오래전부터 코미디프로그램에서는 결점을 과장되게 표현해 웃음을 유발하는 풍자를 이용해왔습니다. 과거 SNL 등이 주력했던 정치풍자처럼 말이죠.

그런데 풍자가 잘못된 현상 혹은 강자에 대한 고발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혹은 특정 세대를 겨냥한다면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특히나 최근에는 OTT서비스를 비롯해 유튜브 등 영상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영상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자극적인 내용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은 이미지로 기억되기 때문에 다른 매체보다 쉽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권리만 주장한다는 과장된 신세대의 이미지가 현실의 기성세대에게, 뭐만 하면 다 MZ라서 그렇다는 기성세대의 이미지가 현실의 신세대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프레임으로 인해 결국 기성세대는 경험을 바탕에 둔 조언을 꺼낼 수 없게 됐고 신세대 또한 입을 다물어 서로에 대한 편견과 혐오만 쌓이는 것은 아닐까요.

최근에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유튜브 콘텐츠가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Z세대가 알파세대에게, X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베이비부머세대가 X세대에게 ‘요즘 애들은 말이야’로 시작해 ‘나 때라면 그러지 못 했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누구나 다 꼰대일 수 있고 동시에 요즘 애들일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죠.

경험과 시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세대갈등은 어쩔 수 없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러한 갈등은 정반합의 논리처럼 사회적 논의를 발생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갈등이 혐오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영상 콘텐츠가 그려내고 있는 세대구분과 프레이밍이 적절한 선 안쪽에 있는지 바깥에 있는지 반성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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