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녹야’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영화 ‘녹야’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중국배우 판빙빙과 배우 이주영이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녹야’(감독 한슈아이)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경제적 빈곤과 성폭력에 노출된 두 여성의 연대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 관객을 매료한다.  

5일 부산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녹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한슈아이 감독과 배우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녹야’는 낯선 곳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판빙빙 분)가 자유로운 영혼의 ‘초록머리 여자’(이주영 분)를 만나 돌이킬 수 없는 밤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공식 초청작이자 판빙빙, 이주영의 첫 호흡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한슈아이 감독은 중국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생사의 시간’(2013), ‘아들’(2014), ‘라스트 쇼트’(2015) 등 여러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장편 데뷔작 ‘희미한 여름’(2020)은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국제심사위원상을 비롯,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녹야’로 다시 한 번 탄탄한 연출력을 입증한 한슈아이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대부분 갑자기 머리에서 어떤 화면이 지나가면서 감성적으로 영화를 구상하게 되는데, ‘녹야’는 두 명의 여자가 달리는 모습이 떠올랐다”고 영화의 출발을 밝혔다. 

판빙빙은 “이미지나 기질이나 인생의 경험에 있어서나 완전히 다른 두 여자가 나온다”며 “마음속에 숨겨진 스토리가 많은 여성이 어느 날 녹색머리를 한 여성에게 이끌리게 되고 이후 며칠 동안 일어나는 감정 변화가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녹야’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배우 이주영과 판빙빙, 한슈아이 감독. / 이영실 기자
갈라 프레젠테이션 ‘녹야’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배우 이주영과 판빙빙, 한슈아이 감독. / 이영실 기자

오랜 공백기 끝에 ‘녹야’로 돌아온 판빙빙은 “시나리오가 감동적이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그는 “영화가 말하고 있는 주제는 ‘두려워하지 말라, 여성아’였다”며 “여자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대면하고 해결하고 극복하고 도와가는 스토리가 정말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데 그 속에서 감정과 마음을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면서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해서 다원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택했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영화를 택하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며 “도전적인 면도 있고 잘 해낼 수 있을지의구심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감독님이 보내준 러브콜이 가벼운 게 아니라는 걸 마음으로 느끼게 됐다”며 “이미 나를 영화 안에 어떻게 담을지 다 구상한 상황에서 제안을 줬다. 판빙빙도 손 편지를 써줬다. 그 편지를 보고 마음이 너무나 동했다”고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의 진심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이주영은 ‘여성의 연대’를 작품의 힘으로 꼽으며 “감독님이 고난을 해쳐나가고 달려 나가는 스크린 속 두 여성의 모습을 보고 싶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나아가 그 영화에 내가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자체가 가진 의미가 너무 컸다”고 덧붙였다. 

한슈아이 감독은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판빙빙, 이주영의 열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전과 완전히 반대되는 역할을 연기하는 게 재밌는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전하면서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모두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가운데 감독 혹은 배우가 직접 참석해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녹야’는 이날 오후 공식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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