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리에의 노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와이 슌지 감독. / 이영실 기자
영화 ‘키리에의 노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와이 슌지 감독. / 이영실 기자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영화 ‘키리에의 노래’(감독 이와이 슌지)는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분),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 분),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분)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담은 감성 스토리다.

영화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릴리슈슈의 모든 것’ 등 여러 작품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으로, 밴드 ‘BiSH’ 출신 싱어송라이터 아이나 디 엔드와 배우 마츠무라 호쿠토‧히로세 스즈가 열연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돼 관객을 만난 ‘키리에의 노래’는 오직 영화제 관객을 위한 디렉터스컷 버전이 상영돼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소녀 루카가 노래를 부를 때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가수 키리에가 되면서, 지워지지 않는 자신의 아픔과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이야기를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진한 울림을 안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6일 취재진과 만난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제 참석 소감은. 

“영화 ‘4월 이야기’(2000)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초청됐는데 그때부터 같이 발전해 온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형제, 동창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영화제다. 20년 만에 다시 초청을 받아 좋고 새로운 팬들과 만나 반갑다.”

-대지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센다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고향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지진이 있고 1년 후에 ‘꽃이 핀다’는 곡을 작사했고, 10년 동안 ‘꽃이 핀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그러면서 지진을 아주 가까운 존재로 느끼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본업인 영화로 이 주제를 마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이 12년이 지난 지금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진이라는 것을 테마로 표현하는 게 사실 쉽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개인적인 차원에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큰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고 작은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고 그곳에 있지 않더라도 피해를 받는다거나 개인적인 체험이나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진이나 쓰나미는 여전히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계속해서 함께 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영화로 표현하게 됐다.”

진한 울림을 안긴 ‘키리에의 노래’. / 부산국제영화제
진한 울림을 안긴 ‘키리에의 노래’. / 부산국제영화제

-이번 영화제에서는 디렉터스컷 버전이 상영된다. 어떤 차이가 있나. 

“일본에서는 3시간짜리 편집본으로 극장에서도 상영된다. 나라마다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요청을 받아서 힘들게 편집했다. ‘키리에의 노래’는 2시간짜리 영화에 1시간짜리 공연이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음악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음악 편집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소중히 다루면서 편집했다. 힘든 작업이었다.”

-음악 작업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사운드 믹싱 작업을 직접 했다. 최대한 버스킹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원래 이런 음악영화를 촬영할 때 스튜디오에서 먼저 음악을 녹음하고 그것에 맞는 연주신을 나중에 촬영하는데, 생동감 있는 노래와 라이브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지나가면서 버스킹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그것을 재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노래를 할 때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미도 궁금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물리적인 부분이 아니다. 그녀의 가능한 소통 방식이 노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젊은 세대에게 있을 법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키리에를 연기한 아이나 디 엔드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과 비슷했다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키리에는 집이 없고 떠돌아다니며 노래를 하는 아이인데, 그것은 반대로 사회적으로 구속되고 갑갑한 삶을 사는 게 아닌 파란 하늘 아래 어느 곳이든 자신의 집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하늘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러브레터’ 이후 한국 사람들이 모두 ‘오겡끼데스까’라고 인사를 했다. 그때 이후로 한국은 친근감 있는 친척처럼 느껴진다. 그로부터 30년 정도가 지난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또 재능 있는 친구들(배우)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끝까지 완성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파릇파릇한 영화다. 영화를 본다는 점에서 극장에 가줬으면 좋겠고 두 번째는 공연을 보러 간다는 느낌으로 여러 번 봐줬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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