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일동제약은 지난 5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지난 5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일동제약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제약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일동제약은 지난 5일 ‘임시주주총회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이날 임시주총엔 분할계획서 승인과 2명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돼 모두 가결됐는데요. 주목해야할 핵심 사안은 바로 회사 분할입니다.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통과됩니다. 그만큼 회사 경영에 있어 중대한 사안임을 의미하죠.

일동제약의 회사 분할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일동제약이 분할을 결정하고 발표한 건 지난 8월입니다.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 사업, 즉 R&D부문을 물적분할해 유노비아라는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했죠. 

여기서 물적분할이란, 기존 회사로부터 쪼개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모·자회사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것으로 존속회사가 신설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됩니다. 반면 또 다른 방식인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주식도 분할비율에 따라 쪼개집니다. 주주입장에서 봤을 때 물적분할은 보유 중인 주식에 변동이 없지만,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식이 존속회사 및 신설회사 주식으로 나눠지게 되는 겁니다.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는 때때로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하는데요. 일동제약의 이번 분사는 별다른 반대 목소리나 어려움 없이 승인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는 R&D부문을 분할하는 것인데다,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인 일동홀딩스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일동제약은 왜 R&D부문을 분할 할까요?

분사 승인은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애초에 이 같은 분사 결정은 예사롭지 않은 상황 속에 내려졌습니다.

일동제약은 최근 실적 측면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데요. 2016년~2017년 지주사 체제전환을 단행한 이후 2019년 13억원의 영업손실으로 적자전환했고, 이듬해 6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곧장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다시 대규모 적자를 마주했습니다. 2021년 55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7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올해도 상반기에만 3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요.

이로 인해 일동제약은 지난 5월 그룹 차원의 고강도 경영쇄신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임원을 20% 이상 감원하고 차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까지 단행했죠. 이어 지난 7월엔 본사 사옥을 담보로 300억원의 단기차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동제약의 위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R&D입니다. 일반의약품 및 헬스케어 부문에 주력해오던 일동제약은 최근 수년간 신약개발을 강화하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하며 적극 투자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적자 수렁에 빠진 겁니다.

실제 일동제약은 2017년 333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가 △2018년 464억원 △2019년 484억원 △2020년 601억원 △2021년 96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098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이에 일동제약은 지난 5월 마련한 경영쇄신 핵심 방안에 연구비용 효율화와 신약 파이프라인의 조기 기술 이전 추진 등도 포함시켰습니다.

이번 R&D부문 분사는 기존에 추진해온 체질개선을 지속해나가는 한편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동제약은 이번 분사를 통해 유노비아를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며 외부 투자유치와 투자활동 등을 동해 성장 잠재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일동제약은 R&D부문 강화에 따른 부담을 덜고 손익구조 개선과 이익 극대화에 주력할 입니다.

일동제약의 체질개선 완성과 위기 극복은 오너 3세 윤웅섭 부회장의 행보와 맞물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2014년 일동제약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3세 시대를 열어젖힌 그는 그룹 차원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을 주도해왔을 뿐 아니라, 2021년 11월엔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그에 따른 평가와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할 수 있죠.

일동제약의 R&D부문 분사 승부수가 위기를 딛고 체질개선을 완성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일동제약 ‘임시주주총회 결과’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005800502
2023. 10. 0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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