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유니켐은 지난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유니켐
유니켐은 지난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 유니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스피 상장 피혁업체인 유니켐은 지난 18일 ‘임시주주총회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비록 유니켐이 규모가 크거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업은 아니지만, 이번 임시주총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그 이유는 굉장히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있기 때문입니다. 정재형 대표가 이끄는 햇발이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더니 이후 여러 소송이 이어져왔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임시주총은 그 결과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이 쏠렸죠.

이번 임시주총에선 어떤 안건이 상정돼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번 주주총회는 햇발 측이 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주주총회 소집허가를 받으면서 성사됐습니다. 햇발은 당초 주주총회 소집허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재열 사내이사 해임 △사내이사 1명·사외이사 2명 선임 등의 안건 상정을 요청했는데요. 법원은 이 중 정재열 이사 해임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에 대해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했습니다.

결과는 모두 가결입니다. 햇발은 이번 임시주총에 앞서 지분을 11.3%까지 늘린 상태였고, 유니켐의 최대주주인 유니 측은 20%가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이었습니다만 햇발의 ‘완승’으로 끝난 거죠. 이는 소액주주들이 햇발 측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임시주총으로 유니켐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햇발은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을 유니켐 이사회에 추가로 입성시키게 됐습니다. 앞서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정재형 햇발 대표가 유니켐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처음 진입한 바 있는데, 이제는 사실상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 모습입니다. 유니켐 이사회 내 ‘적과의 동침’이 더욱 본격화된 거죠.

이번 임시주총 전까지 유니켐은 오너경영인인 이장원 대표와 정재열 이사, 정재형 대표 등 3명의 사내이사로만 구성돼있었습니다. 사외이사도 1명 있었습니다만, 겸직 관련 규정 위반이 뒤늦게 드러나 지난 6월 퇴임한 상태였죠. 이런 가운데,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유니켐의 이사회 구성원은 총 6명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중 4명이 햇발 측 인사입니다.

이처럼 햇발의 유니켐 이사회 내 영향력이 대폭 확대되면서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우선, 지금까지 주총 개최를 통한 이사회 입성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외부에서 공세를 펼쳐왔던 햇발이 이제 보다 본격적인 ‘장내투쟁’에 돌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은 물론, 대표이사 변경 같은 중대한 사안도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유니켐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이대로 막을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사회에서 과반 이상을 확보했지만, 햇발은 현재 보유 중인 유니켐 지분이 11%입니다. 반면, 일격을 당한 이장원 유니켐 부회장은 최근 유니를 통해 잇따라 지분을 늘리며 현재 21.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분 확대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이사회 내 갈등이 법적분쟁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상당하고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유니켐의 경영권 분쟁이 앞으로는 어떤 양상으로 이어지게 될지,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유니켐 ‘임시주주총회 결과’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918800492
2023. 09.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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