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노루그룹의 지주회사 노루홀딩스는 지난 12일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공시했습니다.
노루그룹의 지주회사 노루홀딩스는 지난 12일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도료사업을 근간으로 삼고 있는 노루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코스피상장사인 노루홀딩스는 지난 12일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최대주주인 한영재 회장이 보유 중이던 노루홀딩스 지분 일부를 계열사인 디아이티에 넘겼다는 내용입니다. 거래 방식은 시간외매매로 이뤄졌습니다. 거래 규모는 35만주, 지분 기준으로는 2.63%입니다.

이 같은 지분 변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노루그룹의 수장인 한영재 회장은 1955년생입니다. 어느덧 70대를 바라보고 있죠. 재직기간도 4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에 노루그룹은 최근 수년간 후계 관련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한영재 회장이 지분을 넘긴 계열사 디아이티는 노루그룹의 후계구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노루홀딩스 지분 4.51%를 취득하며 단숨에 2대주주로 올라섰죠. 당시에도 지분을 넘긴 건 한영재 회장이었습니다. 이어 이번 지분거래를 통해 보유 지분을 7.14%까지 늘렸습니다. 디아이티는 보유 중인 지분을 모두 한영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겁니다.

자연스레 디아이의 지배구조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디아이티의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한영재 회장의 장남인 한원석 부사장입니다. 그가 9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의 개인회사나 다름없죠. 한원석 부사장은 노루홀딩스 지분 3.57%를 보유 중인데요. 이번에 디아이티가 노루홀딩스 지분을 7.14%까지 늘리면서 한원석 부사장 지배하에 놓인 노루홀딩스 지분은 사실상 10%를 넘기게 된 모습입니다.

다만, 노루그룹의 이러한 후계 관련 움직임은 논란의 소지를 남기며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노루그룹의 후계작업엔 어떠한 논란의 소지가 있을까요?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한원석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아직 30대입니다. 후계 행보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건 20대 시절인 2014년부터죠. 그해 처음으로 노루홀딩스 지분을 취득했고, 임원으로 승진도 했습니다. 이후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승진을 이어가고 겸직 또한 확대해나갔는데요. 지금의 부사장 직함을 단 건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서고, 현재 노루홀딩스를 포함해 무려 13개 계열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원석 부사장이 이처럼 활발한 후계 행보를 이어오면서 정작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한원석 부사장이 개인적으로 보유 중인 노루홀딩스 지분 3.75% 중 상당부분에 해당하는 3.08%는 2016년 12월 한영재 회장으로부터 사들인 건데요. 이때 투입된 자금은 약 60억원입니다. 나머지 지분은 수년에 걸쳐 장내매수를 통해 사들였고, 여기에 투입된 자금은 약 11억원 가량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한원석 부사장은 2016년 11월 자신이 보유 중이던 계열사 노루로지넷 지분 49%를 노루홀딩스에 매각하며 7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루로지넷 지분을 노루홀딩스에 팔아 확보한 자금과 부친 및 장내매수를 통해 노루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는데 투입한 자금이 대략 일치하는 겁니다.

즉, 한원석 부사장은 사실상 10%가 넘는 노루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 계열사들이 모두 내부거래 관련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사업영역부터 내부거래 관련 논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물류사업과 IT사업이죠.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 가치를 끌어올려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거나, 계열사가 벌어들인 자금을 직접 지분 확보에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겁니다.

물론 노루그룹은 규모 등의 측면에서 관련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렇다 해도 일련의 승계작업을 바라보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피할 수는 없을 텐데요. 한원석 부사장이 3세 시대를 본격화하기 위해선 아직 적잖은 지분 이동이 더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노루그룹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노루홀딩스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012800271
2023. 10. 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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