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이 혼란에 빠졌다.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던 선거에서 우려하던 두 자릿수 패배를 기록하게 되면서 수도권 민심의 경고등을 확인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도부에 대한 불신도 새어 나온다. 다만 현 지도부는 ‘교체’가 아닌 ‘수습’에 힘을 실으면서 당의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후폭풍 수습 나선 지도부

12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강서구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국민이 보시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전국 기초단체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국민 전체의 민심이라고 여기고 그 뜻을 잘 헤아리겠다”며 “당 정책과 운영에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고 국민의 뜻에 더욱 부합하도록 경제, 민생회복에 모든 힘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치러진 강서구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내에선 ‘한 자릿수 패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더라도 박빙의 승부라면 내년 총선에서 나쁘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날 개표 결과에서 양당 후보 간 격차는 17.15%p까지 벌어지며 이 같은 기대는 철저히 무너졌다. 기존의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와는 달리 당 지도부가 앞장서 ‘총력전’에 나섰던 만큼, 당 차원의 패배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도 뼈아픈 지점이다.

지도부는 일단 당의 ‘쇄신’에 방점을 찍고 혼란을 수습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오는 13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체질 개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은 내일 긴급 최고위를 열어 그 이후에 말씀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혁신위원회 발족과 인재영입위원회, 총선기획단을 통한 조기 총선 체제 전환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쇄신의 방향이 궁극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선거 전부터 예견됐던 지도부 책임론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전략 실패나 이런 것들이 다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의 책임이 어떤 식으로든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대통령 지지율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부족한 부분을 플러스알파 역할을 해줄 당 지도부도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당내 혼란은 한동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 궁극적으로 비대위 전환 가능성이 회자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어제 선거는 김기현 체제로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표로써 말해준 것”이라며 “(현 체제가 지속될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들부터 반기를 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을 때 대안은 비대위밖에 없다”며 “불가피하게 (비대위로) 간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당내에선 오히려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비대위 체제와는 선을 긋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지금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다음에 내년 총선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될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라며 비대위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어떤 식으로든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겠지만, 기본적인 체제를 흔들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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