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규 전 사무총장, 유상범, 강민국 전 수석대변인,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규 전 사무총장, 유상범, 강민국 전 수석대변인,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폭풍을 겪은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중심의 쇄신에 힘을 실었다. 임명직 당직자들이 물러난 자리를 채워 ‘2기 지도부’를 구성하고 당정관계의 개선, 중도·무당층이 선호하는 정당으로의 탈바꿈 등을 공언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도 제대로 된 쇄신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해 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3대 혁신방안, 6대 실천 과제’도 발표했다. 그간 쇄신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당 혁신기구 출범을 비롯해 총선 준비기구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구성 등이 내용에 포함됐다.

‘건강한 당정관계’를 위한 당정대 관계 설정도 다시금 살펴보기로 했다. 김 대표는 “당정대 관계에 있어서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민심과 동떨어진 사안이 생기면 그 시정을 적극 요구해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 중 ‘수직적 당정관계’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만큼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 차이의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은 이후 줄곧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달갑지 않은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면서 당내에선 김기현 대표 체제의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전날(15일)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 체제에 다시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체제 변화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날 ‘2기 지도부’ 인선을 통해 쇄신의 첫 단추를 끼웠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이날 앞서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임명직 당직 인선을 마쳤다. 김예지 지명직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함 경우 조직부총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윤희석 선임대변인,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등이다. ‘수도권 출신’, ‘통합’ 등 키워드를 앞세워 당의 방향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 정치권 곳곳서 ‘의심’ 눈초리

김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정계 은퇴’까지 거론하며 총선 승리를 위한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지만, 정치권 내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무엇보다 쇄신의 핵심이었던 당직자 인선이 쇄신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지도부는 털끝도 건드리지 않은 눈 가리고 아웅식 미봉책”이라고 쏘아붙였다.

비판은 당내에서도 일고 있다. 누가 인선 되느냐가 문제가 아닌, 이같은 상황을 야기한 근본적 원인을 고쳐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회초리를 때렸으면 ‘아프다’라는 소리도 좀 나오고 아픈 척이라도 해야되는 건데 그런 것도 못 한다”고 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임명직 당직자만 바뀐다고 해서 이게 국민들께 어떤 큰 의미를 드릴 수 있을까”라며 김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가 당정관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공언했지만, 이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김 대표 체제를 만든 ‘윤심’에 기댄 당의 관계가 지속도는 상황에선 전향적 모습이 나올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 체제로 힘이 실린 것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패배 이후 며칠간 고심 끝에 나온 목소리가 ‘당정 일체’ 강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상적인 정당이라고 하면 개별 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의원 총의로서 대통령실에 건의했어야 하는 상황이 맞다고 본다”며 “그런데 총의, 개별의원 발언은커녕 오늘 아침 나온 메시지를 보면 이틀 자고 나니 살만한가 보다”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지금의 정책 기조와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고 이길 방법이 있으면 저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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