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CJ ENM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것이 무슨 수사여? 똥이제!”

1999년 전북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의 수사망은 단번에 동네에 사는 소년들 3인으로 좁혀지고,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내몰린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수감된다.

이듬해 새롭게 반장으로 부임 온 베테랑 형사 황준철(설경구 분)에게 진범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그는 소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재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책임 형사였던 최우성(유준상 분)의 방해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황반장은 좌천된다.

그로부터 16년 후 황반장 앞에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 분)과 소년들이 다시 찾아오는데…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이다.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조명해온 명장이자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극화했다. ‘부러진 화살’(2012), ‘블랙머니’(2019)를 잇는 정지영 감독의 실화극 3부작 마지막 주자다. 

실화의 묵직한 힘을 증명한다. 영문도 모른 채 한순간에 살인범으로 지목된 순간부터 17년 만에 무죄가 입증되기까지, 세 소년의 아픈 삶과 그 안에 가려진 사건의 이면을 뜨겁게 담아내 마음을 흔든다. 1999년 과거의 잊힌 사건이 아닌, 외면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전하며 함께 울고 분노하며 공감하게 만든다. 

‘소년들’을 채운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설경구 / CJ ENM
‘소년들’을 채운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설경구‧허성태‧염혜란‧유준상‧진경. / CJ ENM

실제 사건에는 없던 인물인 형사 황준철을 설계한 것도 영리한 선택이다. 정의롭고 열정적인 준철을 극의 중심에 두고, 관객이 그와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파헤쳐 가며 극의 흐름을 따라가게 한다. 좌절하고 또 좌절해도 거대한 권력에 맞서 결국엔 ‘정의’(반쪽자리일지라도)를 구현하는 준철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경찰의 모습으로 희망을 품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2000년 재수사 과정과 2016년 재심 과정을 점층적으로 배치한 구성도 좋다. 다소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는 전개에 리듬감을 부여하며 영화적 재미와 몰입을 높인다. 

황준철을 연기한 설경구는 베테랑 형사의 모습부터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해진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16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과거 준철의 모습은 그의 대표작 ‘공공의 적’ 강철중을 떠올리게 하며 재미를 더한다. 준철을 끝까지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정규 역의 허성태, 준철을 지지해 주는 아내 경미 역의 염혜란과의 ‘케미’도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다만 유준상은 아쉽다.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으로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으로 분해 ‘악역’을 소화한 그는 긴장감을 자아내기는커녕 다소 과장된 연기로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마지막 재판 장면이 아쉽다. 잔뜩 찌푸린 표정, 과한 대사 톤 등으로 좀처럼 극에 녹아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두고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라며 “영문도 모른 채 범인으로 지목된 세 소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러닝타임 123분, 오는 11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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