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대 과징금 ‘298억원’… ‘리베이트 규모 더 큰’ 안국약품은 5억원
“2018년 이전 발생한 문제에 2021년 과징금 고시 적용… 형평성 없어”

JW중외제약이 최근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98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중외제약은 공정위 처분 일부에 문제를 제기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사진은 JW중외제약 과천 신사옥. / 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이 최근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98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중외제약은 공정위 처분 일부에 문제를 제기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사진은 JW중외제약 과천 신사옥. / JW중외제약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도경영’을 외치던 JW중외제약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중외제약은 리베이트 내용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규모 산정 기준 등에 잘못된 점이 있다며 공정위 처분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19일 중외제약이 2014년 2월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제조·판매하는 62개 품목의 의약품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약 7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리베이트)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98억원(잠정)을 부과했다. 또 중외제약 법인과 신영섭 중외제약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외제약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8개 품목 및 다른 44개 품목의 의약품 신규 채택 또는 처방 유지 및 증대를 목적으로 병·의원에 각종 경제적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본사 차원의 판촉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리베이트 규모는 총 7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이 병·의원 측에 현금 또는 향응 제공 등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회계 항목을 내부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해 처리하고, 정상적인 판촉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용어로 위장하는 등 위법 행위를 은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중외제약에 부과한 과징금이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중외제약 역시 “타사 사례들과 비교할 시 이번 조치 내용은 형평을 잃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최근 불법 리베이트로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안국약품이 대표적인 비교 대상이다. 안국약품은 2011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전국 병·의원 및 보건소 의료인 등 84명에게 현금 62억원, 물품 27억원 등 총 89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리베이트 규모만 놓고 보면 안국약품이 더 크지만 과징금은 5억원에 그쳤다. 이에 반해 중외제약은 안국약품의 약 60배에 달하는 2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에 부과한 298억원 과징금에 대해 “이번 조치는 제약사(중외제약)가 본사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리베이트 행위라는 점 때문에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 중 역대 최고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외제약 측은 “공정위가 지적한 리베이트 내용은 대부분이 2014∼2018년 사이 발생한 것임에도 2021년 연말 강화된 과징금 고시를 적용해 과징금 규모가 부풀려진 점이 일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외제약이 자신들의 의약품을 신규로 납품하거나 기존 처방을 유지 또는 증대 목적으로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기간은 대부분 2014∼2018년이다. 이 경우 2018년 당시 과징금 고시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출·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2021년 12월 29일 일부 개정이 이뤄진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적용했다. 리베이트 등 부당한 지원행위의 경우 위반액에 위반행위 중대성의 정도별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기준을 정한다. 문제는 일부 개정 전에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될 경우 부과기준율이 최대 80%였던 것에 반해 개정이 이뤄지면서 120% 이상∼160% 이하로 최대 2배까지 늘어났다.

공정위가 2022년부터 강화된 과징금 고시를 적용한 이유는 중외제약이 2014년 5월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자사 의약품의 처방 유지·증대를 위해 병·의원 임상연구 21건에 대해 7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정경쟁규약 제14조에 따르면, 의사 처방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임상연구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중외제약은 마케팅·영업부서 주도 하에 임상시험 지원을 처방 유지·증대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하고 활용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중외제약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행위는 2018년 이전의 행위임에도 불구, 2018년 이전에 계약이 체결되고 2019년 이후까지 비용이 지급된 임상시험·관찰연구에 대해서까지 위법행위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과징금 산정과 관련해 2018년 이전 이미 계약이 완료된 임상 및 관찰연구의 위법행위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매출액을 정하고, 2021년 강화된 과징금 고시를 적용한 부분도 법리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상 및 관찰연구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심의 절차(PRB)와 의료기관 내 심의절차(IRB)를 모두 거치는 등 공정경쟁규약상의 요건을 준수했다는 점에서 이를 법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는 본사 차원의 판촉계획이 수립됐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판촉계획 자체가 위법한 내용으로 수립돼 리베이트를 실행한 것이 아니라 ‘일부 임직원들의 일탈 사례’들이 확인된 것”이라며 “공정위가 위법행위를 은닉했다고 제시한 증거는 오히려 회사 내부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강화 차원에서 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기재한 문서임에도 그 취지가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중외제약은 향후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송달받는 대로 세부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다.

하지만 리베이트가 적발돼 과징금 철퇴를 맞은 상황 자체로 이경하 JW그룹 회장의 ‘정도경영’이 퇴색됐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중외제약은 2007년부터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운영하며 준법·윤리경영 실천 의지를 강조했으며, 2014년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팀을 신설해 준법경영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CP 등급평가에서 제약사 가운데 최고등급인 ‘AA등급’을 획득했고,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 표준(ISO37001)’ 인증도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더 확장된 개념의 준법경영 인증인 ‘컴플라이언스경영시스템 국제 표준(ISO37301)’ 인증을 획득했다.

이경하 회장이 준법경영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것과 달리 회사 내에서는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근절되지 못한 모습이다.

중외제약 측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임직원의 일탈 행동으로 물의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유감”이라며 “중외제약은 본건을 계기로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영업환경의 정착을 위해 CP 강화 및 회사 내 각종 제도 개선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외제약은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누적 실적이 △매출 3,549억원 △영업이익 442억원 △순이익 337억원 등을 기록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JW중외제약 리베이트 적발 발표자료
http://www.ftc.go.kr/www/selectReportUserView.do?key=10&rpttype=1&report_data_no=10253
2023. 10. 19 공정거래위원회
JW중외제약 공정위 처분 입장문
2023. 10. 19 JW중외제약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IV. 과징금의 산정기준 - 부당한 지원행위
https://www.law.go.kr/행정규칙/과징금부과세부기준등에관한고시
2021. 12. 29 공정거래위원회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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