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송호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주 4.5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6일 “4.5일제의 달콤한 측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불량 정책을 눈속임하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어떤 힘도 보태지 않은 민주당이 갑자기 주 4.5일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인기 영합적인 주장으로 경사노위에 혼란을 일으키고 국민의 관심을 가로채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대전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시간을 늘려서, 노동 총량을 늘려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전략은 이제 있을 수 없다”며 “노동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일과 삶이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져 봐도 한참 노동시간이 길다”며 “민주당은 약속했던 것처럼 주 4.5일제를 향해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근로 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5위다.

이 대표의 발언은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제 개편 방향 발표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13일 노동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하면서 “주 52시간제를 토대로 필요한 업종과 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단위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발표된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주 69시간 노동” 논란에 휩싸이자 윤석열 대통령이 수정‧보완을 지시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 대표가 주 4.5일제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의제 경쟁에서 국민의힘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이 주 4.5일제를 추진하자, 국민의힘도 반격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갑자기 주 4.5일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인기 영합적인 주장”이라며 “경사노위에 혼란을 일으키고 국민의 관심을 가로채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주 4.5일제의 주장이 포퓰리즘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제도를 시행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동일 급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삶의 질 향상은커녕 강제로 근로시간을 단축당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탁상공론 속에서야 어떤 주장이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악화된 경제 상황에서 동일한 급여를 주며 주 4.5일제를 감당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며 “전문가들은 주 4일제나 4.5일제가 가능한 직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직종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려점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고 주 4.5일제의 달콤한 측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불량 정책을 눈속임하는 나쁜 정치”라며 “민주당이 지난 정부 때 최저임금을 올리듯 주 4.5일제를 일괄적으로 시행하려 든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해 또다시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주당은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에서 국민의 관심을 뺏어올 방안을 궁리하기보단 근로시간 개편 논의가 건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주 4.5일 근무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의 낡은 경험이 아니라 선진국의 경험과 사례에서 저출생·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답정너식 근로시간 개편을 막고 주 4.5일제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미래형 노동전략을 세워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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