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1일 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1일 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줄곧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했다.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노정관계를 새 국면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노총은 지난 13일 입장 발표를 통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5월 망루농성 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에 의해 진압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지자 지난 6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여 만에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한국노총의 이 같은 결정은 대통령실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30년간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온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하고, 노동정책의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존재를 인정하라”며 “이것 말고는 아무런 전제조건도 없다. 이제, 선택은 정부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에 응답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관련해 “근로시간제도가 국민 생활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따라서 이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정부는 노동현장의 실태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문의 핵심 현안이라 할 수 있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노동계의 목소리도 듣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어 이도운 대변인은 노동자대회에서 김동명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에 대해 “한국노총이 책임있는 사회적 주체로서 전향적으로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노총이 현재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근로시간제도는 물론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출산·고령화 등 중요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의 단절은 노사정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한국노총이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하면서 갈등이 지속돼왔던 노정관계는 모처럼 훈풍을 맞게 됐다. 다만,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이 산적한 만큼 노정관계가 당장 크게 달라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노동계와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순서를 갖춰가며 대화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답했으며, 노동계에서 대통령이 먼저 움직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 “정부는 정부대로 노력하고 있고, 정부 노력에 대해 노동계도 호응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