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영, 올해 초 연임 성공했지만… 이윤규 전 대표 이어 또 중도하차
1∼3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 약 2배… 코로나 전보다도 개선
애경그룹, 인사 원칙 ‘철저한 성과주의’ 강조… 임재영은 왜?
애경그룹 “글로벌 시장 공략 및 새로운 변화 초점 맞춘 인사”

애경그룹이 2024년 정기임원인사에서 계열사 애경산업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수장을 교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애경그룹
애경그룹이 2024년 정기임원인사에서 계열사 애경산업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수장을 교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애경그룹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애경그룹의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재영 애경산업 대표이사(부사장)가 중도하차했다. 12월부터 애경산업 사령탑에는 지난해 연말 외부에서 영입한 재무전문가를 선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임 대표는 코로나19 시기 대표직을 맡아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올해 연임에 성공했으며, 올해 실적을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렸음에도 중도하차하게 돼 애경그룹의 인사 기준에 물음표가 남는다.

임 대표는 지난 2019년 애경유화(현 애경케미칼) 대표이사로 영입되며 애경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어 2020년 5월 애경그룹이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그룹 사장단을 조기 교체하면서 당시 애경유화를 지휘하던 임 대표를 애경산업 수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애경그룹 측에서는 사장단 인사를 조기에 단행한 것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었다. 2020년 상반기 임원인사에서 임 대표가 애경산업 지휘봉을 잡으면서 당시 대표직을 맡고 있던 이윤규 전 애경산업 대표가 중도하차하게 됐다. 이윤규 전 대표의 임기는 2021년 1월까지였다.

임재영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이번달을 끝으로 애경그룹을 떠난다. /애경산업
임재영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이번달을 끝으로 애경그룹을 떠난다. /애경산업

애경그룹의 2020년 상반기 인사에서 거취를 옮긴 임 대표는 2021년과 2022년 애경산업의 영업이익 및 수익률(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며 코로나19 시기를 잘 버텨냈다. 이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2026년 3월까지)로 재선임된 임 대표는 지난 9월말까지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실적 △매출 4,931억원 △영업이익 503억원 △영업이익률 10.2% △순이익 412억원 등을 기록했다.

올해 애경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7% 성장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 누적 실적과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14.5% 늘어났고 영업이익률도 당시 8.7%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애경산업의 실적이 개선된 배경에는 임 대표의 ‘뚝심’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중국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 이커머스 입점 확대와 마케팅 강화를 통해 매출 증가를 실현했다. 올해 초에는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임 대표가 끊임없이 중국 시장을 두드린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한 모습이다.

또한 임 대표는 2020년 6월 애경산업 지휘봉을 잡은 직후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부를 분리해 기존 3개였던 팀 단위 조직을 △중국권 △월드와이드 △마케팅 등 6개팀으로 세분화했으며, 디지털 부문도 4개팀에서 8개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 과정에 전문 인력도 새롭게 충원했다. 이어 애경산업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2분기 인수한 스킨케어 전문 화장품 기업 ‘원씽’의 M&A를 주도한 인물도 임 대표다.

그러나 지난 27일 발표된 애경그룹의 2024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애경산업 대표직에는 지난해 12월 영입돼 경영지원부문장(CFO)을 맡고 있던 김상준 전무가 선임됐고,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임 대표는 이번달을 끝으로 애경그룹을 떠나게 됐다. 직전 애경산업 대표직을 맡았던 이윤규 전 대표에 이어 또 수장이 중도하차하게 된 셈이다.

이윤규 전 대표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2020년 2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해 명분이 존재했으나 임 대표는 실적을 코로나 이전 그 이상으로 개선했음에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애경그룹의 인사 원칙은 ‘철저한 성과주의’로 알려진다. 더불어 불확실한 대내·외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리더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 대표는 코로나 시기를 잘 버텨냈고, 포스트 코로나에도 적절한 대처를 하며 실적을 개선해 애경그룹의 인사 원칙에도 부합하는 인물로 평가되지만, 2024년 정기임원인사에서 해임되는 결말을 맞았다.

이와 관련 애경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강화와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세대교체 등 새로운 변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고 말하며, “해임이나 경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애경산업 신임 대표에 선임된 김상준 전무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스쿨에서 MBA 석사 과정을 밟았다. 경력으로는 AT커니, GE 캐피탈, HSBC 등을 거쳐 코웨이 전략기획실장(CFO) 겸 커뮤니케이션실 부문장(상무),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기획재무본부장(CFO, 전무) 및 임시대표이사를 지낸 재무전문가다. 애경산업은 김 신임 대표를 지난해 12월 경영지원부문장(CFO)으로 영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애경그룹 2024년 정기임원인사 발표
2023. 11. 27 애경그룹
애경산업 2019~2023년 3분기 분기보고서 재무제표
2023. 11. 2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애경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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