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처벌 수위를 결정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해당 여부는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종료’로 결정됐다.

◇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해당, 과징금 18억9,600만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및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이에 대한 과징금은 당초 5,8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란 업계 관측과 달리 18억8,600만원에 그쳤다.

공정위 판단 결과,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파워팩‧올영픽 등 행사를 진행하는 당월‧전월에 랄라블라 및 롭스 등 타 H&B(헬스앤뷰티) 스토어 경쟁사에서 동일 품목으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들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올리브영은 2019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파워팩 행사를 명목으로 납품업체로부터 인하된 납품가격으로 상품을 받고, 행사 종료 후 남은 상품을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면서도 납품업체에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해 주지 않았다. 올리브영은 인하된 납품가격과 정상 납품가격의 차액을 기반으로 총 8억48만원을 부당하게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리브영은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납품업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사 전산시스템을 통해 상품 판매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그 대가로 사실상 모든 납품업체(785개 중 760개)로부터 순매입액(부가세 제외)의 약 1~3%를 정보처리비 명목으로 수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행사독점 강요 △정상 납품가격 미환원 행위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 등이 각각 대규모유통업법에서의 제13조(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제17조 제10호(불이익 제공 금지) 및 제1호(물품 구입 강제 금지)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 ‘시장지배적지위’ 해당 여부는… “판단 유보 결정”

현재 올리브영은 EB(Exclusive Brand) 정책을 펼치고 있다. EB 정책은 경쟁사인 랄라블라 및 롭스 등과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을 계산할 때 어디까지를 시장으로 인정할 것인지였다. 관련 시장을 H&B 스토어로 제한하면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을 80%를 넘긴다. 반면 온오프라인까지 합쳐 시장을 획정할 경우, 10%대에 그친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이상일 때, 진입장벽 및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해 결정된다. H&B 스토어로 시장 획정 시 올리브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후자일 때 위법성이 중대해 처벌 강도도 세다.

다만 7일 공정위는 “현 단계에서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올리브영의 EB 정책과 관련해 심의절차종료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거나 새로운 시장에서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 등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을 때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의 행위가 지속된 약 10년간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변화했고, 여러 형태의 소매유통 채널이 역동적으로 등장 및 성장‧쇠락했다”면서 “특히 근래에는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 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관련 시장은 H&B 오프라인 스토어보다는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올리브영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에서의 위치가 강화되고 있고, EB 정책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면서 “올리브영의 EB 정책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종료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올리브영의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가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올리브영의 전략은 여러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이 비슷하게 쓰는 방법으로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지곤 한다.

올리브영 측은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 육성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진행 과정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공정위 판단 결과가 나오면서 CJ그룹이 미뤄왔던 인사도 연내에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증시 상황 악화 등이 겹치면서 중단됐던 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도 역시 재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대규모유통업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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