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5성 호텔’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호텔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시설과 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호텔에 부여된다. 그런 만큼 소비자들은 5성 호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부 5성 호텔들에 대해 최근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를 살펴보면 “차라리 모텔이 나을 정도”라는 수위 높은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러한 지적은 사실상 우리나라 호텔 등급 평가 기준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주관적인 평가 항목과 심사위원의 주관성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소비자 의견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호텔들에 대한 등급 심사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평가 기준을 따른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호텔업등급관리국에서는 ‘5성 호텔’ 선정 기준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필수 요소’들을 명시하고 있다.

우선 로비 공간이 있어야 하며, 식음료(F&B) 업장은 최소 3곳 이상, 체력단련실·수영장·사우나·스파 등 부대시설은 최소 1곳 이상을 갖춰야 한다. 또 최소 5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연회시설, 회의실 1개 이상, 비즈니스센터 1개 이상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적인 부분은 객관적인 평가 지표다.

하지만 호텔 등급 심사 평가표를 살펴보면 주관적인 평가 지표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서비스나 직원의 능력, 태도 부분이다. 5성 호텔에 근무하는 프런트 데스크(리셉션) 직원은 외국인 고객 응대를 위해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영어나 라틴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고 있다. 또 배점표에는 △매우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불가능(등급보류)으로 분류했는데, 이는 상당히 주관적인 부분이다.

아울러 객실과 관련해서는 △환기가 잘 되는지 △객실 내에 가구를 비롯해 편의용품을 구비했는지 △객실 내 가구 및 용품, 침구류 등의 상태가 낡거나 미흡하지 않은지 △객실 청결 상태가 잘 유지되는지 △냉난방은 잘 되는지 △욕실 환기·배수 상태 등을 필수 요소로 평가한다. 이 역시 주관적인 요소로 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직원의 역량이나 서비스 요소, 객실 정비·위생 등 필수 항목에 대한 지적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호텔들이 ‘5성 호텔’로 선정돼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5성 호텔 투숙객들이 남긴 후기에는 △호텔 직원의 외국어 구사 불가 △객실 내 가구 품질 상태 미흡(가구나 시설이 낡았음) △객실 청결·위생 및 배수·환기 미흡 △중앙제어식 냉난방으로 인해 덥거나 추움(냉난방시설 미흡) 등을 지적하는 불만이 적지 않다.

호텔 등급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기준치가 낮기 때문일까. 필수 요소와 관련된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호텔들마저 5성 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불만이 반복적으로 제기될 경우 ‘5성 호텔’의 위상이 추락할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5성 호텔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없어서 힘들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도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소비자원이나 협회에 직접 접수되는 민원을 등급 심사 평가에 반영해 감점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 불편을 해결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현행 호텔 등급 심사에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호텔 등급을 심사할 때 투숙객들의 실제 후기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적인 호불호나 주관적인 취향에 따른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호텔 등급 평가의 필수요소와 직접 관련된 지적들은 단지 투숙객의 개인적인 불만으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호텔 등급 평가에 대한 신뢰도와도 맞닿아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5성 호텔’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적지 않다. 실제 호텔을 이용하는 투숙객 입장에선 ‘5성’이라는 등급이 서비스와 시설에 대한 품질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인증마크다. 그런데, 상당수 이용객들이 이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등급 평가에 대한 신뢰도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호텔 등급 제도의 목적이 시설 및 서비스 수준을 유지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실제 이용자들의 평가가 심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고려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한편,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현재 호텔 등급 심사 평가 지표를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는 호텔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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