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성 일부 호텔, 5성에 버금가는 시설… ‘5성=최고’ 수식어 무색
호텔 내 식음시설 최소 운영 개수에 따라 차등 평가… 5성은 3곳 이상
룸서비스 제공 시간 및 고객 응대 최소 기준 달라… 객단가 상승 요인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최근 럭셔리 호텔로 휴가를 떠나는 ‘호캉스족’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대체로 5성 호텔을 찾고 있다. 국내 호텔등급은 국제 기준인 ‘별 등급’을 적용해 1∼5성 호텔로 평가된다. 이 중 5성으로 평가받은 호텔은 최고 등급에 해당돼 숙박료도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일부 4성 이하 등급의 호텔도 5성 호텔에 준하는 숙박료를 받는 사례도 종종 존재한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호텔 등급 차이에 대해 궁금증을 제기한다. 5성 호텔로 평가를 받은 국내 호텔들은 4성 이하 호텔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
국내 호텔등급을 심사하는 기관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다. 5성 호텔 심사기준은 현장평가(700점)와 암행평가(300점)를 진행해 총점 900점(90%)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국내 5성 호텔의 수는 52개다. 협회로부터 심사를 받고 등급이 유효한 호텔 684개 중 7.6%에 불과하다. 제주도에 위치한 호텔의 경우에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서 별도로 평가를 진행하는데, 제주도 내 등급유효 호텔은 총 54개며, 5성 호텔은 12개다. 제주도를 포함하더라도 8.7%만이 5성 호텔 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5성 호텔은 시설이나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고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만큼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가 높다.
그런데 일부 2성·3성·4성 호텔 또는 무등급 호텔에서도 객실 투숙 비용이 5성 호텔에 준하거나 그 이상에 달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이러한 호텔은 국내외 유명 건축가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했거나, 글로벌 럭셔리 호텔 연합인 SLH 멤버에 포함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 같은 경우에는 4성 이하 호텔임에도 시설은 5성 호텔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기도 하며, 높은 수준의 서비스도 제공해 ‘5성=최고’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이러한 호텔들이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이 높음에도 5성 호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식음시설 종류와 부대시설 개수, 룸서비스 제공시간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호텔 측이 5성 등급 평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최소 기준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호텔 내 식음료업장을 최소 3종류 이상 운영해야 한다. 이는 영업신고증 기준이며, 업장 한 곳에서 두 가지 이상의 식음료업장을 겸해 운영하는 경우에는 1개로 취급한다. 식음료업장이 3개 미만의 경우에는 등급을 보류한다. 4성 호텔의 경우에는 2종류 이상의 식음료업장을 갖춰야 한다. 3성 호텔은 최소 1개 이상의 식음료업장을 갖춰야하며, 조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식음료업장 운영 기준은 호텔 이용객들의 편의를 높여 투숙객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호텔 내에서 다양한 식음료를 즐기며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 제공 시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객실 내에서 룸서비스를 주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룸서비스가 제공되는 시간이 최소 18시간 이상에 부합해야 5성 기준을 충족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소 기준이며 24시간 룸서비스가 제공돼야 평가 점수에서 감점이 이뤄지지 않는다. 18시간 룸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타임을 제외하는 경우 심야시간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종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종업원이 상주해야 한다. 4성 호텔의 경우에는 12시간 이상의 룸서비스가 제공이 최소 기준이다.
또한 고객들이 호텔에 방문했을 때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 및 벨맨, 컨시어지(GRO 포함), 당직지배인 등 서비스 직원 유무와 차량 주차를 대신 해주는 발레파킹서비스와 택시호출서비스 제공 여부도 등급 심사에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중 당직지배인을 포함해 도어맨·벨맨·컨시어지 서비스가 매우 미흡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5성 등급 부여를 보류한다.
4성 이하 등급 호텔은 이러한 도어맨이나 벨맨 등을 의무적으로 추가 고용하지 않아도 되며, 발레주차서비스 등도 의무 제공은 아니다.
이러한 부분은 호텔 측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고객이 호텔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사소한 부분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최소 18시간, 최장 24시간 룸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점은 그만큼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5성 호텔은 심사를 신청하는 단계부터 4성 이하와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발생하며, 고용해야하는 직원 수도 더 많고 24시간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등 호텔 운영에 있어 상대적으로 지출이 크다”며 “또 3년마다 시행하는 호텔등급 심사에서도 5성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호텔 시설도 더 꼼꼼히 관리해야 해 객실 판매비용이나 부대시설 이용료 등에서 전반적으로 단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5성 호텔이 상대적으로 높은 객단가를 책정하는 배경에는 서비스 비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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