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5성 호텔 20개… “일부 호텔, 시설 낙후 및 불친절한 직원”
소비자 눈높이에 못 미치는 등급심사 기준… 부대시설만 많으면 5성?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급 심사 지표 개정 작업 진행 중

제주 오리엔탈 호텔을 비롯해 제주도의 일부 5성 호텔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5성 호텔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 부킹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 오리엔탈 호텔을 비롯해 제주도의 일부 5성 호텔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5성 호텔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 부킹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우리나라 최대 관광지로 꼽히는 제주도에는 5성 호텔이 4성 호텔보다 많다. 그러나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몇몇 호텔에 대해 시설과 서비스 부분을 지적하면서 “여기가 5성 호텔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상 국내 호텔 등급 심사 기준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형식적인 심사로 보이는 대목이다.

제주도의 호텔은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호텔 등급 심사 기준표에 따라 평가를 진행하고 등급을 부여한다. 2024년 1월 기준 5성 호텔로 확정된 제주도 호텔은 총 20개로, 제주도 내 4성 호텔 18개보다 많다.

그러나 제주도 내 20개의 5성 호텔 가운데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제주 오리엔탈호텔 △스위트호텔 제주 △제주 썬 호텔 등 3∼4개 호텔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의 평가가 주관적이긴 하지만 수년째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아주 낮다고 할 수도 없다.

먼저 제주 오리엔탈호텔은 부족한 서비스와 노후한 시설, 위생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제주 오리엔탈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투숙객은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영어를 할 수 없으며 불친절해 환영받는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다른 투숙객의 후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찾을 수 있었으며, 방은 장식이 필요하고 가구는 낡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월 후기를 남긴 또 다른 투숙객도 “프런트 직원들의 응대가 매우 불친절하고 고압적이라 불쾌하다. 교육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과 8월, 10월에는 공통적으로 “대대적인 개조(리모델링)가 필요한 정도로 오래된 호텔로, 가구 상태가 좋지 않다”, “5성 등급이 무색할 만큼 위생이 엉망이고, 샤워기도 지저분해 필터뿐만 아니라 샤워기까지 챙겨가야 할 정도”, “에어컨이 나오는 듯 안 나오는 듯 하고, 객실이 너무 지저분하다. 차라리 모텔이 나을 정도”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제주 썬 호텔은 객실 상태가 노후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음에도 호텔 등급 심사에서는 5성 등급을 획득해 소비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부킹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 썬 호텔은 객실 상태가 노후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음에도 호텔 등급 심사에서는 5성 등급을 획득해 소비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부킹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도에서 카지노를 함께 운영 중인 5성 호텔 ‘제주 썬 호텔’ 투숙객들의 지난해 후기를 살펴보면 여름철 투숙객은 “비가 와서 이불이 축축하고 끈적이는데도 냉방이 되지 않았고, 대신 선풍기를 가져다 줬다”며 “TV가 얹어져 있는 테이블 위와 침대 옆 선반에는 먼지가 가득하고, 비가 오는 날 우산 대여도 불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 호텔을 이용한 또 다른 투숙객도 “날씨가 더워 밤에 에어컨을 켜고 싶었으나 중앙제어로 인해 에어컨 작동이 불가했고, 땀을 흘리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불편한 점을 지적했다.

두 달 전 후기를 남긴 소비자는 “숙소 상태가 객실이나 욕실이나 심각할 정도로 노후화 됐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투숙객도 “5성 호텔 치고는 시설이 아쉽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객실에서 바퀴벌레와 그리마가 발견된 것을 촬영한 후기도 존재한다.

5성 호텔 현장 평가표에는 △객실 관리 또는 환기 상태가 매우 미흡한 경우 ‘등급보류’ △객실 내 가구를 구비하지 않았거나 품질 상태가 매우 미흡한 경우 ‘등급보류’ △객실 청결 상태가 매우 미흡한 경우 ‘등급보류’ 등의 내용도 존재한다.

제주 오리엔탈호텔과 제주 썬 호텔을 투숙한 소비자들은 환기·시설 노후 등에 대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호텔 등급 심사 기준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보통 5성 호텔은 식음(F&B) 업장 3곳 이상, 연회장·회의실·비즈니스센터·체력단련실 등 부대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시설을 갖추고 있더라도 객실 위생 및 낙후된 시설을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데에 투자를 하지 않고, 고객 응대와 같은 서비스 부분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호텔에 5성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스위트호텔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로부터 5성 등급을 부여받았으나 투숙객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스위트호텔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로부터 5성 등급을 부여받았으나 투숙객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 또 다른 5성 호텔인 스위트호텔 제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나쁘지 않으며, 시설이나 직원들의 친절도, 서비스 부분에 대한 지적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외국인 투숙객들이 남긴 후기에서는 직원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에 대한 지적이 존재한다.

스위트호텔 제주에 투숙한 후 지난해 4월 후기를 남긴 외국인은 “가장 큰 문제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리셉션(프런트 데스크)에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으며, 지난 2022년 11월 후기를 남긴 외국인도 “직원들은 영어를 많이 이해하지 못하며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5성 호텔 현장평가 기준에는 △프런트 근무자의 외국어 구사가 불가능하거나 담당업무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등급보류’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관계자는 “호텔 등급 심사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현장·암행평가표에 따라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평가 700점 기준에서 직원의 외국어 구사 능력 평가라든지, 가구의 노후화 등 이런 것은 경미한 수준이고, 다른 것을 전부 종합해서 평가하는 것이라 일부가 부족하더라도 5성 등급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성 호텔 등급 심사에서 ‘1차 보류’ 평가를 받으면 동일한 5성 등급으로 2차 신청이 가능한데, 여기서도 미흡한 부분이 존재해 등급 보류가 된다면 5성 호텔 등급 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며 “지금 5성 등급을 받은 호텔들은 1차에 등급 보류를 받았더라도 2차 평가에서는 통과를 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호텔 등급 평가 기준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는 현재 호텔 등급 심사 기준을 새롭게 개정하는 중으로, 조만간 새로운 등급 심사 기준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광협회중앙회 호텔업등급관리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호텔 등급 평가 지표 개선 작업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등급 심사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번에 호텔 등급 심사 개정작업은 국정과제로, 호텔들에 대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진행 되는 것이며 현재 1∼5성으로 나뉘어 있는 관광호텔 평가표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평가표에는 현재 트렌드에 맞지 않는 지표나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을 삭제하는 등 개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썬 호텔 △제주 오리엔탈호텔 △스위트호텔 제주 3곳은 각각 지난해 4월과 5월, 12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로부터 5성 등급을 부여받았다. 호텔 등급은 등급 부여일로부터 3년 동안 유효하기 때문에 이 호텔들은 각각 2026년 4월·5월·12월까지 5성 현판을 내걸고 영업이 가능하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호텔등급심사 리스트
https://www.hotelrating.or.kr/status_hotel_list.do
2024. 1. 23 한국관광협회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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