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도입된 소비기한 표시제도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1월 도입된 소비기한 표시제도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1월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식품의 안전한 섭취 기한을 알려주는 소비자 중심 제도인 ‘소비기한’,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섭취 가능 기한, ‘소비기한’… 왜 도입됐나

기존에 시행되던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유통기한을 대신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도입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판매 가능 기한(유통기한)’이 아닌 ‘섭취 가능 기한(소비기한)’의 표시로 소비자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던 식품 폐기물을 감소시켜 불필요한 지출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국가 간 같은 제도 운영으로 국내 생산 식품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실제로 EU‧미국‧일본‧호주‧캐나다 등 OECD 대부분 국가에서 소비기한 표시 제도를 도입‧운영 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2018년 유통기한 정의를 삭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계도기간을 운영하기 전부터 ‘소비기한’에 대한 홍보를 지속해 왔다. 다만 아직 소비기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의문을 가지는 소비자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만난 A씨(20대‧남)의 경우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소비자에게 더 유용하다는 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기존 유통기한보다 더 늘어난 기간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건 품질이 더 낮아진 상태의 제품 판매도 허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품질안전한계기간이 식품의 품질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가운데 유통기한은 해당 기간의 60~70% 수준에서, 소비기한은 80~90% 수준에서 설정된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품질안전한계기간이 식품의 품질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가운데 유통기한은 해당 기간의 60~70% 수준에서, 소비기한은 80~90% 수준에서 설정된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 소비기한 ‘인지도’ 높지만… 정확한 의미 모르는 경우도 ‘다수’

실제로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이 지난해 12월 전국 만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기한 표시제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소비기한’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찬성하지만, 제도 친숙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소비기한 표시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상세 인지도는 42.4%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5.7%p(퍼센트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기한 표시제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답한 비율은 55.4%였다. 이에 대해 엠브레인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용되다 보니 제도에 대한 친숙도가 높지 않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소비기한 표시제에 대한 찬성도는 81.9%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해당 제도를 진즉에 실행했어야 한다는 응답도 82.2%에 달했다. 다만 유통기한이 친숙한 소비자의 경우 기존의 유통기한 표시제가 더 나은 방법으로 보인다는 응답이 46.3%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유통기한이 식품의 안전 섭취 기간이라는 인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폐기해야 한다(50.1%)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다(61.7%)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변질된 것으로 봐야한다(47.2%)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다만 해당 응답 비율은 모두 2022년과 비교해 5%p(퍼센트포인트)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인식과 달리 보관 방법만 잘 준수했다면 유통기한을 넘어 소비기한까지도 식품은 변질되지 않는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모두 ‘품질안전한계기간’을 기반으로 설정된다. 식약처의 소비기한 교육자료에 따르면 ‘품질안전한계기간’은 식품에 대해 품목 저장 온도를 다양하게 설정하고 각각의 온도에서 시간별 세균수‧대장균수 및 외관‧이취 등의 변화를 실험한 결과로 정해진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의 품질이 변하기 시작한 시점을 초과하기 직전 시점이 ‘품질안전한계기간’이다. 여기에 수분활성도‧저장온도를 기반으로 안전계수를 도출해 품질안전한계기간에 곱한 값이 최종 소비기한이 된다. 품질안전한계기간에 안전계수를 평균적으로 0.6~0.7로 설정해 계산한 값이 바로 유통기한이다. 소비기한은 안전계수를 0.8~0.9%까지 허용해 설정한다.

다만 엠브레인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기한 표시에도 찝찝한 마음에 기한보다 빨리 먹으려 한다거나 반대로 유통기한처럼 1~2일은 괜찮다며 먹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등 우려 섞인 인식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비기한 표시제 정책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89.3%에 달했다. 이에 소비기한에 대한 더 철저한 홍보와 교육이 식품 당국의 과제로 남겨지게 된 가운데, 올해엔 소비기한 표시제가 완전하게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3년 영업자 대상 소비기한 교육자료
2023. 10. 16. 식품의약품안전처
2023 ‘소비기한 표시제’ 관련 인식 조사
2024. 01. 엠브레인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