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하고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도입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하고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도입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수료 전면 무료’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끝내고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 정책을 꺼내들었던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점유율 고민을 다시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때 40%대까지 치솟으며 잠시나마 업계 1위를 탈환하기까지 했던 것이 무료 정책 종료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데다 가상자산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점유율 확대가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빗썸이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점유율에 날개 달아줬던 ‘수수료 전면 무료’… 종료하니 ‘내리막길’

지난달 5일, 빗썸은 중대 발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8월부터 일부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실시하다 지난해 10월을 기해 전면 확대했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하고,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꺼내든 것이다. 새롭게 도입한 수수료는 0.04%로, 과거 0.25%보다 84%나 하향 조정됐다. 빗썸은 이 같은 수수료 정책이 업계 평균에 비해서도 80% 낮은 ‘최저 수수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딱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빗썸의 점유율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빗썸은 지난해 수수료 무료 정책이 큰 효과를 보면서 한때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을 40% 안팎까지 끌어올렸다. 심지어 잠시나마 점유율이 50%를 넘기며 업비트를 제치고 업계 1위를 탈환하기까지 했다. 무려 4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하자 곧장 점유율이 절반가량 떨어지며 20%대로 내려앉았다. 이후에도 등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뚜렷했다. 5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데이터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가 집계한 일일거래량 기준 점유율은 11.2%다. 수수료 무료 정책 실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물론 해당 집계를 절대적인 지표라 할 수는 없지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런 가운데, 빗썸 측은 수수료 전면 무료 종료 이후 점유율 흐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도입 때의 유의미한 점유율 상승도 시행 후 최소 1~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나타났다”며 “따라서 현재 수수료 유료화에 따른 정확한 시장 반응과 효과 여부는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빗썸은 이미 점유율 하락에 따른 대응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새로운 수수료 정책 도입과 함께 개편했던 멤버십 혜택을 3월부터 한층 강화한 것이다. 빗썸은 기존에 퍼플 등급부터였던 ‘특별 메이커 리워드’ 지급 대상을 모든 고객으로 확대했으며, 리워드 지급 방식도 가상자산에서 빗썸 포인트로 변경했다. ‘특별 메이커 리워드’은 예약주문 방식의 거래에 대해 제공하는 추가 혜택이다.

이 같은 멤버십 혜택 확대는 큰 틀에서 수수료 비용 부담 완화 조치로 볼 수 있다. 특히 개편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멤버십 혜택을 재차 강화한 점은 점유율 유지 및 확대를 향한 빗썸의 의지를 보여준다.

경쟁 거래소들도 마찬가지지만 빗썸은 점유율 확대가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꼽힌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점유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했던 빗썸은 ‘잃어버린 4개월’을 메우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빗썸은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이기도 하다. 기업 가치를 입증하며 상장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선 보다 탄탄한 실적이 요구되는데, 점유율은 이와 직결되는 요소다.

문제는 빗썸이 이미 가장 강력한 카드를 소진했다는 점이다.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은 그 효과가 확실하지만 지속 불가능한 방안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빗썸이 해당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은 일정 기간 동안 빗썸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새로운 수수료 정책 도입 이후에도 상당수 정착할 것이란 예상 및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수료 무료 종료 이후 고객 이탈 및 점유율 하락이 뚜렷하게 이어질 경우 빗썸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재차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들기에도 여러모로 부담이 클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미 근본적인 해법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방안을 다시 선택하며 ‘미봉책’을 반복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된다.

빗썸이 점유율 확대를 도모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 안정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