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가상자산 시장을 위한 투자자 모임’이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빗썸코리아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 뉴시스
‘공정한 가상자산 시장을 위한 투자자 모임’이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빗썸코리아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야심차게 꺼내든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이 예사롭지 않은 변수에 직면했다. 빗썸의 수수료 무료 정책이 ‘부당염매’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고발이 이뤄진 것이다. 수수료 무료 정책 실시 이후 뚜렷한 점유율 상승 효과를 보고 있는 빗썸이 이를 지속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빗썸의 수수료 전면 무료, 군소 경쟁사 죽이기?

가상자산 투자자들로 구성된 ‘공정한 가상자산 시장을 위한 투자자 모임’은 13일 오전 공정위에 빗썸코리아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빗썸 측이 지난 10월부터 시행 중인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으로 금지된 ‘부당염매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고발의 이유다.

부당염매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을 크게 낮추는 행위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은 제45조를 통해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유형 및 기준은 시행령에 규정돼있다. 이에 따르면, 부당염매는 정당한 이유 없이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계속 공급하거나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금지하지 않으면 자금 여력이 더 큰 쪽에서 경쟁사를 쉽게 고사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시장질서가 혼탁해지거나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법의 취지다.

투자자 차원에서 고발이 이뤄진 것도 이러한 지점에서다. 공정한 가상자산 시장을 위한 투자자 모임의 정민철 대표는 “군소 거래소에서 한다면 프로모션으로 볼 수 있겠지만, 업계 2위 빗썸이 수수료 전면 무료를 기한 없이 진행하는 건 부당염매 소지가 있다”며 “경쟁사를 고사시켜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유료로 다시 전환하고 수수료를 인상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빗썸의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은 현재로선 영구적인 차원의 수익구조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장은 기한을 특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수익모델을 계획하거나 검토 중이지도 않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점유율을 확보한 뒤 유료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주된 전망이다.

그런데 부당염매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기간이다. 단기간 실시되는 경우엔 관행적으로 마케팅의 일환이라 여겨지지만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엔 부당염매로 볼 소지가 커진다. 해당 규정에도 ‘계속’이란 표현이 분명하게 명시돼있다. 이는 빗썸의 ‘무기한’ 수수료 무료 정책을 부당염매 행위로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빗썸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빗썸 측은 “수수료 무료화 정책은 부당염매 행위가 아이라 가상자산 생태계 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밝혔다. 업계 1위 업비트를 비롯해 시장 전반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이처럼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 중인 업계 1위 경쟁사업자의 존재를 고려하면 빗썸의 수수료 무료 정책을 마케팅 또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도 존재한다. 즉, 시장에서 누가 ‘갑’의 위치에 있다고 보느냐에 따라 부당염배 행위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입장과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빗썸이 야심차게 꺼내든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은 뜻밖의 변수를 맞게 됐다. 자상자산 시장 전반의 침체와 업계 내 점유율 하락으로 고심하다 일부 가상자산에 대한 수수료 무료화로 쏠쏠한 효과를 본 빗썸은 지난 10월을 기해 이를 전면 무료로 확대했다. 또한 최근엔 창립 10주년을 맞아 ‘변화’를 강조하면서 수수료 전면 무료를 핵심적인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우기도 했다.

효과 또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10% 아래로까지 떨어졌던 빗썸의 시장점유율은 수수료 전면 무료화 실시 직후 30%대까지 치솟았으며, 지난달에는 월 평균 기준으로 18개월 만에 20%대를 회복했다.

더욱이 현재 빗썸은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 높은 점유율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빗썸을 향해 제기된 부당염매 지적이 공정위에서 받아들여지고 제재로 이어질 경우 빗썸은 야심차게 꺼내든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등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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