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의 사외이사 후보를 둘러싸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HD현대그룹의 사외이사 후보를 둘러싸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HD현대그룹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령 초등학교 동창’을 비롯해 현 정부 고위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적극 영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지적과 함께 사외이사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뒷말이 나온다.

◇ 고위관료 출신 대거 선임 예정… 사외이사 의미 퇴색?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정기주총을 통해 신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자로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선정했다. 또한 같은 날 정기주총을 여는 그룹 지주사 HD현대는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이보다 앞서 오는 25일 정기주총을 여는 HD현대인프라코어는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한 상태다.

그룹 전반적으로 ‘고위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임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HD현대그룹이 그동안 사외이사로 법조인이나 학자, 회계전문가 등을 선임해온 점에 비춰보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의 중대 현안과 맞물려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구축 입찰이 예정된 KDDX사업은 현재 국내 조선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사업규모가 7조8,000억원에 달하는데다 향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오션과 함께 유력한 수주 후보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은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 과거 군사기밀 유출 때문이다. 입찰 참여 제한은 가까스로 피했으나, 감점 적용은 유지되고 있다. 또한 경쟁사 한화오션의 고발로 경찰의 추가 수사도 예상된다.

이 같은 시점에 그룹 전반적으로 고위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 행보를 보이면서 KDDX사업 수주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이 선임할 예정인 김성한 전 실장의 경우 현 정권과 밀접한 유력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뒷말을 낳고 있다. 김성한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했다.

HD현대그룹 측은 김성한 실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후보자 결정에 KDDX사업 수주전이 반영됐다는 일각의 지적을 부인했다. 김성한 실장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으며 그가 지닌 외교·통상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이 회사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김성한 실장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면 외교·통상 분야보단 외교·안보분야에 더 무게가 실린다. HD현대그룹 측의 설명에도 의혹의 시선과 뒷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애초에 HD현대그룹 측의 설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기여를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견제와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김성한 전 실장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하다면 사외이사가 아닌 다른 직위로 영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 고위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취업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사외이사는 취업승인 절차 없이도 선임이 가능하다. 이 역시 김성한 전 실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향한 물음표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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