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경쟁사 HD현대중공업의 기밀유출과 관련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경쟁사 HD현대중공업의 기밀유출과 관련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 한화오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화오션이 경쟁사 HD현대중공업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기밀유출을 저지른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행정지도’ 제재를 결정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 기밀유출 사건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거듭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 이어 지난 6일에는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경남도청에서 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에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사업 개념설계 기밀유출과 관련해 임원이 개입한 정황을 수사 및 처벌해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한 바 있다. 방사청이 지난달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기밀유출에 대한 제재로 ‘행정지도’를 결정하자 HD현대중공업의 기밀유출 관련 정황 및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화오션은 설명회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판결문과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 공무원 형사사건 기록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KDDX사업 개념설계 유출 과정에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이 명백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위 임원의 명시적·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기밀을 탈취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내부 비밀 서버를 구축해 운영 및 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까지 작성한 조직적인 범죄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꼬리 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경찰청과 정부에 추가 조사를 요청하고, 방사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KDDX사업 수주전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DDX사업은 규모가 7조8,000억원에 달하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맞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때문에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제한’ 제재를 가할 경우 사실상 한화오션이 KDDX사업 수주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한화오션은 KDDX사업 수주전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HD현대중공업이 2025년 11월까지 방사청 입찰에서 1.8점의 감점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양사의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점은 수주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함정 수주전에서도 한화오션이 근소한 차이로 수주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HD현대중공업에겐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수사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수주전이 한창일 때 수사와 관련해 불미스런 잡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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