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의료계의 거듭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 칼을 빼 들었다. 증원 규모인 2,000명에 대한 지역·대학별 배분을 발표하면서다. 증원 규모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사실상 닫아버린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관련 브리핑을 통해 총 40개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별 신청자료 등을 토대로 대학의 현재 의학교육·실습 여건과 향후 계획의 충실성, 그간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기여도와 향후 기여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을 내렸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이번 의료개혁의 주된 목표인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에 집중적으로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증원 인원의 82%에 달하는 1,639명을 비수도권 대학에 배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강원 165명 △대전 201명 △충남 137명 △충북 211명 △대구 218명 △경북 71명 △부산 157명 △울산 80명 △경남 124명 △광주 100명 △전북 115명 △제주 60명 등이다.

2025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입학 정원은 대학별로 상이하지만, 최대 4배까지도 늘어났다. 현재 정원 49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증원된 충북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번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높여 의료 약자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 살든 국민 누구나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서울권 의과대학의 경우 정원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인천·경기지역의 경우 서울과의 편차 극복을 위해 증원 규모의 18%인 361명을 증원키로 했다. 인천의 경우 2개 대학에 총 161명을, 경기지역은 3개 대학에 200명을 배분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OECD 평균(3.7명)에 근접하는 서울과 달리 경기·인천의 경우 전국 평균에도 못미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사직 예고한 의대 교수들… 정부 “차질 없을 것”

그간 의대 정원 규모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온 정부가 이날 사실상 마침표를 찍으면서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안이 발표되자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배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급작스러운 증원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른 집단 대응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전공의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단체는 이날 온라인으로 회의를 열고 정부의 배정안 발표와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반대하며 사직서 제출을 최후 통첩한 의대 교수들도 예고했던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날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변경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진까지 사직 행렬에 동참해 의료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마 학교 당국이나 병원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거로 예상하고 있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시더라도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될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병원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교실을 비운 의대생 여러분,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학교로 돌아와 주시길 바란다”며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있다”고 했다. 이어 “의대 교수님들께 당부드린다”며 “의사는 의대를 졸업할 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서약한다. 제자들이 이러한 서약을 지킬 수 있도록 환자 곁으로 다시 불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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