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의 갈등이 법적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영풍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75년간 이어온 동행을 뒤로 하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의 격돌이 ‘무승부’로 막을 내린 가운데, 이번엔 법적분쟁에 돌입하게 된 모습이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근소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갈등 해소는 물론 결판을 짓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본질은 ‘지분경쟁’… 갈등 지속 불가피

고려아연은 지난 20일, 영풍으로부터 신주발행 무효 소송이 제기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19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격돌했던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가 이번엔 법적분쟁에 돌입한 것이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설립해 75년간 양가의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류가 감지되더니 올해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갈등을 표출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핵심이다.

정기주총 결과는 무승부였다. 최씨 일가 측인 고려아연의 배당안은 통과됐고, 장씨 일가 측인 영풍이 반대한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타오르는 불씨를 남긴 채 일단락 됐고, 향후 더욱 치열한 대립이 예상됐다.

이 같은 예상은 불과 하루 만에 법적 분쟁 표출로 현실화했다. 공시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6일 해당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려아연 측이 이를 확인한 것은 지난 18일이다.

법적 분쟁에 휩싸인 사안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9월 단행한 유상증자다. 당시 고려아연은 전략적 사업제휴를 목적으로 HMG글로벌 및 그 계열회사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발행한 신주는 104만5,430주로 5%의 지분에 해당했고, 발행금액은 5,272억원이었다. HMG글로벌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들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이다.

법적분쟁에 휩싸인 사안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 고려아연
법적분쟁에 휩싸인 사안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 고려아연

영풍 측이 소송을 제기한 취지는 이 같은 유상증자가 법과 정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먼저, 정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외국의 합작법인에 대해서만 실시할 수 있는데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이 참여한 합작법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한 정관 및 상법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경영상 필요성과 목적이 있어야 가능한데, 고려아연이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해당 유상증자가 신사업 추진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상법 및 정관에 위배되는 사안이 없고, 모든 절차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대한 영풍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형진 고문도 찬성한 사안을 이제 와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며 강한 어조로 날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 장형진 고문은 지난해 해당 안건을 다룬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다.

양측의 이 같은 법적분쟁은 정기주총에서 빚은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양측은 배당과 유상증자 관련 정관 변경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영풍은 배당 확대를 요구했고,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해외 합작법인 뿐 아니라 국내 법인에 대해서도 실시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것을 추진했다. 

양측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근거는 주주가치 보호 및 제고와 표준정관 반영 등이었다. 다만, 그 이면엔 지분경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금을 활용해 지분을 확대했고,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우호지분을 늘렸기 때문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이번 법적분쟁도 근본적으로는 지분경쟁의 일환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로써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의 갈등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양측이 확보하고 있는 지분이 비슷한 수준이고,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인 영풍이 확실한 ‘비토권’을 쥐고 있는 만큼 분쟁이 결판나기까지 상당한 과정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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