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최대주주 신동국 회장, ‘OCI 통합반대’ 장·차남 공개 지지
지분율 5%p 뒤처진 사측, 임종윤·종훈 형제 사장직 해임… 역풍 우려
7.66% 국민연금 “주주가치 최우선 고려할 것”… 소액주주 표심이 변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주요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고 나선 것에 대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회장)의 장·차남이 통합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나섰으나, 사측은 25일 오후 임종윤·종훈 사장을 해임하면서 강경대응을 하고 나섰다. / 한미약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주요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고 나선 것에 대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회장)의 장·차남이 통합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나섰으나, 사측은 25일 오후 임종윤·종훈 사장을 해임하면서 강경대응을 하고 나섰다. / 한미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놓고 모자(母子) 간에 이견이 나타나 지분싸움으로 번졌다. 이러한 가운데 OCI 측과 통합을 반대하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회장)의 장·차남이 개인 최대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하며 지분율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이로 인해 통합 반대 측이 통합 찬성을 주도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우호 지분 대비 5%p(퍼센트포인트) 이상 앞서게 되면서 주주총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그런데 25일 오후 사측이 갑작스럽게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사장에 대해 직책 해임 인사를 발표해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한미약품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모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그리고 이에 반대한 송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 여부는 오는 28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거머쥐는 측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주주 가운데 최대 지분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이 OCI그룹과 통합을 반대하는 장·차남 측을 공개 지지하면서 임종윤 사장이 지분싸움에서 먼저 우위를 점했다. 이전까지는 OCI와 통합을 추진한 모녀 측의 지분율이 크게 앞섰으나, 신 회장이 OCI와 통합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신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일부 대주주가 다른 대주주들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사안을 일절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했다”면서 “대주주들이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임종윤 사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임종윤 사장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 반대 측 지분은 △신 회장 12.15% △차남 임종훈 사장 10.56% △장남 임종윤 사장 9.91% △직계가족 7.53% △DXVX 0.41% 등 40.56%에 달한다.

반면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을 추진하고 나선 사측은 △송 회장 11.66 △장녀 임주현 사장 10.20% △직계가족 및 친인척 5.24% △가현문화재단 4.90% △임성기재단 3.00% 등 35.00%로, 5%p 이상 뒤지고 있다.

이에 사측은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과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사우회(약 23만주), 한미그룹 본부장 및 계열사 대표 등이 OCI 측과 통합을 찬성했다”면서 “이들은 송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하고,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 사장 등 주주제안 이사 후보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면서 주총에서 본인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송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안건 및 통합에 적극적으로 찬성 의견을 내비친 의결권 자문사는 글로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2곳이다.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사측 후보 중 3명에 찬성, 형제 측 후보 중 2명에 찬성하며 중립 의견을 제시했으나, 한미사이언스 측은 “ISS도 사실상 합병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비친 셈”이라고 자평했다.

사측은 “ISS가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 후보로 지명된 이우현 OCI 회장에 대해 선임 찬성의견을 밝힌 것은 두 그룹 간 통합에 찬성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면서 “다만 주주제안 이사 후보 2명에 대해 찬성한 것은 통합을 전제로 향후 운영될 통합 그룹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기계적 균형을 맞추고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미사우회가 최근 개최한 사우회 운영 회의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는 의견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내외부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미사우회가 송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직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한미정밀화학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송 회장의 OCI그룹 통합 추진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통합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새어나오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송 회장의 독단적인 OCI그룹과 통합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치면서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우호 지분 확보에 힘쓰고 있다. / 임종윤 사장 측
임종윤·종훈 사장은 송 회장의 독단적인 OCI그룹과 통합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치면서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우호 지분 확보에 힘쓰고 있다. / 임종윤 사장 측

이에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사우회 투표에 참여한 9명 중 1명은 형제들 쪽에, 1명은 기권하면서 7명만 통합에 찬성했다”면서 “이러한 주주 의결안에 대한 투표는 직원들의 친목 및 경조사를 위한 모임인 사우회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으로, 현 경영진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과거에는 이런 전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블라인드)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들이 다수 발견됐으며, 커뮤니티 내 307명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겨우 17%만 통합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이 사우회 투표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신동국 회장의 형제 측 지지 결정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보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차남이 오는 28일 개최될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사측의 입장 발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을 제기하자 한미사이언스에서는 25일 오후 임종윤·종훈 사장을 해임하면서 강경대응을 하고 나섰다.

한미그룹은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해 “두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주총을 3일 앞둔 시점에 파격적인 인사발령을 통보한 것에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OCI와 통합을 추진 중인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한 후 칼자루를 휘두른 게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진다. 반대로 모녀가 주총을 앞두고 지분싸움에서 밀리며 궁지에 몰리자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다만 송 회장이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했다할지라도 지분율은 42.66%에 불과해 장차남(40.56%)을 완벽하게 꺾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터가 된 셈으로, 소액주주들이 이번 ‘장차남 사장직 해임’ 인사 통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측은 “우리는 주주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며 “주총 당일날 표를 행사하기 전까지는 의견 공개가 불가하다”고 전했다.

오는 28일, 소액주주들의 손에 한미약품그룹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임종윤·종훈 사장은 “저희 형제는 선대회장님의 한미 경영 DNA를 이어 받아 한미약품그룹을 진정한 글로벌 파마로 도약시키겠다”면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라는 소도시에 본사를 둔 일라이릴리는 최근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끌며 시총 약 981조원,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도 시총 777조원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시총 200조원 달성을 향한 한미약품그룹의 도전은 완전히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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