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길을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 부부는 시골의 자녀교육 환경에 대한 생각이 정반대다. / 청양=박우주 
우리 부부는 시골의 자녀교육 환경에 대한 생각이 정반대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지난 편에서 이야기 했듯, 우리는 자녀가 없고 당장은 자녀계획 또한 없다. 그래서 자녀와 관련된 부분들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다만, 귀농 후 방과 후 강사 활동을 3년 이상 이어왔고, 처음엔 중학생이었던 가장 가깝게 지내온 이장님의 손주가 대학에 가는 모습도 곁에서 보고 들었다. 비록 자녀를 키우는 ‘당사자’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경험하고 느껴왔던 시골의 자녀교육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우선, 시골에서의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은 나와 와이프가 정반대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을 와이프는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는 단점을 와이프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먼저 인프라부터 살펴보면 확실히 열악하다. 학교 등하교만 해도 그렇다. 도시에서의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초·중·고등학교 모두 걸어서 다녔다. 그런데 이곳은 초·중·고등학교 모두 걸어서 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내에 사는 사람들이야 걸어서 갈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걸어가기 어렵다. 우리처럼 귀농한 경우엔 더더욱 그럴 거다. 대신, 내가 알기로는 통학버스나 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내가 방과 후 강사로 활동 중인 중학교도 수업이 끝나고 나가보면 학교 앞에 택시 3~4대가 와서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불편한 점은 있지만, 부족한 인프라가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여러 ‘유혹’도 적기 때문이다. 다시 내가 학교 다니던 때를 생각해보면, 학교를 조금만 벗어나도 놀거리가 참 많았다. PC방, 오락실, 노래방, 당구장, 만화방 등등. 그런데 시골학교 주변엔 딱히 그런 게 없다.

때문에 재미없는 학창시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유혹 자체가 없는 게 성장과정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또 시골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 내가 수업하는 중학교는 전교생이 10명이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여러모로 관리도 잘 되고, 상담 같은 것도 더 세밀하게 해주는 것으로 들었다. 방과 후 활동도 아주 다양하고, 집중도 높은 수업이 가능하다. 학생 수가 많은 도시와 비교하면 개인레슨에 가까울 정도다. 중학생이 그렇게 방과 후 수업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정도다. 방과 후 수업을 포함한 학교생활만으로 하루가 끝나고, 따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길을 잘 잡아준다면 충분히 좋은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하다. 공부를 잘해야 성공하는 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다. 내 자녀 교육관은 사람들마다 타고난 기질, 성품, 특기가 있고, 그걸 끌어내주고 이끌어주는 게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시골 교육환경의 장점도 있다. 여러 공공시설을 이용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지방도시에도 다양한 체험관들이 많이 운영되고 있는데,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하면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저렴하고 편하게 과학관, 안전체험관, 농업관 등을 이용하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와이프는 나와 생각이 반대다. 나는 아이들이 적은 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와이프는 또래 친구들이 많이 없어 사회성이 부족해지고 경쟁심도 떨어질 거라고 걱정한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수업하는 중학생들을 보면, 순수하고 해맑다. 또 와이프는 자녀가 생기면 많은 것들을 해주고 싶은데, 시골에선 아무래도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된다. 학원만 해도 차로 30분은 가야한다.

요즘 농촌유학이라는 게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6개월 정도 살면서 부모들은 귀농에 대해 배우고, 자녀들은 농촌 교육시스템 속에 자연을 느끼며 도시에서와는 다른 경험을 쌓는 거다.

특히 전남 강진군에서는 전국 최초로 흥미로운 농촌유학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 중이다. 주중에 부모는 농사일을 이론과 실습으로 배우고, 아이는 농촌학교를 다닌다. 주말엔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특히 학교에서는 승마나 골프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 한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점. 부모 1명당 월 30만원씩을 지원해준다. 두 명이면 60만원이다. 자녀가 있고, 귀농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귀농 준비와 생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원래 일을 멈춰야 한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귀농에 대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단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나 농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하우스 또는 노지를 대여해준다면 더 완벽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없는 우리 입장에선 헤아리기 어렵지만, 자녀와 함께 귀농하는 건 더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일 일거다. 와이프와 생각이 엇갈리긴 하지만, 나는 그래도 충분히 더 많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도시화와 과열된 교육열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푸는 데 있어 귀농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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