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길을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어느덧 귀농 7년차인 우리는 농사만 짓지 않고 다른 일로도 수익을 창출하는 ‘반 농부’다. /청양=박우주
어느덧 귀농 7년차인 우리는 농사만 짓지 않고 다른 일로도 수익을 창출하는 ‘반 농부’다.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위기’를 전하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저출생고령화와 지방소멸 등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서 20대 중반에 귀농을 택한 나는 어느덧 7년차 귀농인이 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귀농을 한 농부지만 더 정확하게는 ‘반 농부’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그동안 느낀 바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하면 여러 사회 문제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귀농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같은 ‘반 농부’를 제안하며 어떻게 하면 귀농의 문턱을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말해보고자 한다.

반(半) 농부?

 

(1)일반 농부들처럼 농사를 크게 짓는 농부가 될 것인가 → 100% 농부 

(2)적당히 농사를 지으면서 다양한 곳에서 수익을 낼 것인가 → 반 농부

보통 귀농이라고 하면 농사만 짓는 것으로 이해한다. 귀농교육을 들어도 농사이야기 뿐이었다. 어쩌면 당연하다. 시골에선 농사가 가장 대표적인 돈 버는 방법이다. 때문에 귀농하면서 (1번)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우리는 귀농 2년차에 농부로서의 방향성을 (2번) 반 농부로 확고하게 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 농부는 힘들다. 농사도 짓고 다른 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하려면 기술이나 자본 등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시골은 이를 뒷받침할 여건과 시스템부터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도 아직 어렵고 힘들다. 그래도 우리 같은 부류가 앞으로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도전하고 있다.

반 농부는 왜 중요할까? 반 농부는 사회적으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100% 농사만 짓는 게 아니다보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 시간을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쓸 수 있다. 

우리를 예로 들자면, 전공이자 직업이었던 ‘음악’으로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 활동을 하고 있다. 행여 우리가 농사만 짓는 농부로 귀농했다면, 아마 시간이 없어서 우리의 재능과 기술을 사회적으로 나누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우리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고 분야도 다양해진다면? 시골의 열악한 교육 여건이 훨씬 나아질 거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수도권 인구밀집이 저출생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봤는데, 지방의 교육 여건이 나아진다면 여러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한다.

우리처럼 특정한 전문분야가 없어도 된다. 지방에도 농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 둘 사람이 모여들고, 더 늘어나면 그런 일자리도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악순환인 지금과는 반대로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반 농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수익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더 많은 부를 원한다. 하지만 반 농부로는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되긴 어렵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도시에 산다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도시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도시에 살면 돈 쓸 일이 더 많기도 하다. 그렇다면, 귀농해서 반 농부의 삶을 살며 더 행복하고, 걱정 없고,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자연인처럼 살라는 건 절대 아니다.

또 반 농부가 힘들긴 하지만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세 동의 하우스를 운영 중인데, 그동안 노하우가 쌓이면서 올해 네 동으로 늘리려고 한다. 그러면 농사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조금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농업은 기본적으로 판매업이라서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판로를 확보할 수 있으면 같은 농사여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농한기에는 수익이 다소 줄어들긴 하지만 ‘시간’이란 소중한 여유가 생긴다. 그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나도 최근에 공부를 해볼까, 글을 써볼까, 자격증을 따볼까 등등 자기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출퇴근의 반복이고 각박한 도시 생활에선 이런 시간적 여유를 얻기 어려울 거다.

우리처럼 ‘반 농부’로 귀농하는 문턱이  낮아진다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청양=박우주
우리처럼 ‘반 농부’로 귀농하는 문턱이  낮아진다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청양=박우주

그렇다면 반 농부가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 반 농부는 농사도 하면서 투잡, 쓰리잡을 하는 ‘시골판 N잡러’다.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농사일을 동반하다보니 일반적인 주 5일 근무는 어렵고, 시기적으로 수확철엔 더 바빠진다. 그래서 반 농부는 주 3~4일이나 오전 또는 오후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최근 수년 사이에 재택·원격근무나 자유로운 출퇴근, 주 4일제 등이 이슈로 떠오르며 사회가 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반 농부를 위한 일자리가 생긴다면 귀농 진입 문턱이 조금 더 낮아지지 않을까? 

보다 폭넓고,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정책도 요구된다. 4년 전부터 청년농부를 모집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 사업으로 월 110만원을 3년 간 지원해주고 있고, 최근 전남 화순에서는 방 3개 20평대 아파트를 월 1만원에 임대해 주는 지원책을 도입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귀농을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집과 땅이다. 그런데 그 특성상 귀농 초기에 적합한 집과 땅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만약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5~10년간 집과 땅을 장기 임대해준다면, 이미 전국적으로 귀농교육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귀농이 한결 수월해질 거다. 이와 함께 반 농부로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 수입에 대한 걱정과 부담도 훨씬 줄어들고 보다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건 단순히 개인에 대한 지원을 넘어 지역소멸이란 사회적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청양군 인구는 3만13명이다. 올해 3만명이 깨질 것이다. 아무리 뉴스로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홍보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쉽게 바꾸지 않고 변화와 도전에 쉽게 나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을 도전하게 만들 만한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한데, 그것을 농업과 접목시키면 어떨까?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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