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길을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점점 더 봄에 가까워지는 이 시기가 되면, 올해 농사를 계획하며 어떤 인증을 받을지도 고민하곤 한다. / 청양=박우주
점점 더 봄에 가까워지는 이 시기가 되면, 올해 농사를 계획하며 어떤 인증을 받을지도 고민하곤 한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는 귀농해서 농업을 시작한 뒤 기술센터에서 농업이론을, 현지 농부들에겐 실전 노하우를 배웠다. 그렇게 1~2년이 지나 자리를 잡아가면서 농업인증시스템을 알게 됐고, 매년 이맘때 봄이 오면 어떤 인증을 받을지, 그대로 할지, 더 업그레이드를 할지 고민하곤 한다. 지금은 GAP 인증을 받고 있다. 오늘은 농업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농업인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농업과 관련이 없어도 다들 한번쯤은 농업인증을 들어봤을 거다. 크게 3가지가 있는데, 무농약인증과 유기농인증, 그리고 GAP인증이다. 마트 농산물코너에 가면 이러한 인증을 받은 식자재들을 만날 수 있다. 건강한 식재료를 원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 3가지 인증을 확인하고 농산물을 구입한다. 

농업을 하는 쪽에서 이러한 인증의 가장 큰 장점 및 효과는 ‘신뢰 제고’와 ‘판로 확보’에 있다. 먹거리인 농산물은 신뢰가 중요한데, 이러한 인증들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 및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청양군에서 농산물 연구회에 가입하려면 인증 획득이 필수다. 2016년부터는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건 모두 ‘친환경농산물’만 취급하고 있다. 인증을 획득해야 판로 확보에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거다.

이처럼 인증이 중요해지다보니, 요즘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인증 하나쯤은 갖고 있다. 우리가 농업을 배울 때만 해도 현지 농부들은 농약을 많이 쳤는데, 이제는 그분들도 농약을 줄이는 추세다. 그렇지 않으면 농협이나 연구회에 납품이 어렵기 때문에 시대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이에 군 차원에서도 인증을 받을 때 필요한 금액을 보조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농업인증은 또 다른 문제를 동반한다. 일단, 난이도가 쉽지 않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건 유기농인증이다. 이 인증은 농사를 정말 오래 하거나, 공부를 많이 하거나, 사명감을 갖고 농업을 해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약은 물론, 일반적으로 다 쓰는 화학비료조차 쓰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농산물을 심던 간에 무조건 병충해는 따라온다. 그런데 유기농인증 농산물은 병충해를 치료하거나 죽이는 농약은 사용하지 못하고, 벌레들이 잘 오지 않도록 하는 기피제류로 방제를 한다. 그렇다보니 예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농산물은 N(질소), P(인), K(칼륨) 등의 주요 영양분이 필요하다. 크게 광합성, 뿌리발근, 활력촉진 3가지를 담당해 작물 및 과실이 잘 성장하도록 하는 필수 영양분이다. 이러한 영양분은 보통 화학비료로 충분히 공급해주곤 한다. 유기농도 유기농비료가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효과도 화학비료보다는 떨어진다. 그러니 당연히 수확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유기농인증은 키우기 힘들 뿐 아니라 수확량도 적다. 그래서 비싸다. 그래도 잘 팔리면 다행인데, 대다수 소비자들은 저렴한 것을 더 선호하기 마련이다. 어려움의 연속이다. 그래서 난 유기농인증을 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무농약인증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화학비료는 사용할 수 있지만 농약 사용은 일체 안 된다. 특히 단순히 나만 안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주변도 중요하다. 나는 농약을 쓰지 않는데, 주변에서 농약이 날아와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농가도 함께 도와주거나 주변에 다른 농사짓는 것이 없어야 무농약인증이 가능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면 땅이 오염되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청양=박우주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면 땅이 오염되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청양=박우주

우리를 비롯해 대부분 농가에서 받은 GAP인증은 농림축산부에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관리 중이란 인증이다. 토양검사도 하고, 수확한 농산물 검사도 실시해 잔류농약 중금속이나 유해생물들을 확인한다. 그 결과 불합격이 나오면 GAP인증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농업인증은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도 노하우가 쌓인다면 결국 친환경인증을 받아 고품질농산물을 소량 생산하며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또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 땅이 오염되기 때문에 친환경농약과 친환경비료도 사용하고 있고, 매년 땅을 중화하고 비옥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엄청난 양의 퇴비와 볏짚을 사용 중이다. 멀리 내다보고 친환경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단, 귀농해서 처음 농업을 시작하는 경우라면 농업인증을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인증 기준에 맞춰 농사를 짓는 건 너무 어렵다. 1~3년 정도는 농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성공과 실패를 하면서 경험치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 농업 자체가 서툰 상황에서 인증 기준에 맞춰 화학비료와 농약까지 쓰지 않으면 농작물 수확량이 적고 병충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는 수익으로 직결되는 사안이다. 어려운 농업인증을 쫓다 농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할 수 있다.

친환경농법을 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고, 충분히 그래도 된다고 존중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GAP인증을 받은 것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깨끗하고 인체에 해가 없는 농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잔류농약기준이 높아져서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을 사용해야 하고, 기준치가 넘으면 안 된다. GAP인증도 마냥 쉬운 건 아니니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안심해도 되는 것이다. 가격이 좀 나가지만 정말 깨끗한 농산물을 먹어야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친환경농산물을 먹는 것이 맞고, 친환경보다는 덜 하지만 안전한 농산물을 원하는 사람들이면 GAP인증이 들어간 농산물을 선택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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