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길을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골에서 농사와 함께 하기 좋은 투자 중 하나로 ‘목(木)테크’가 있다. / 청양=박우주
시골에서 농사와 함께 하기 좋은 투자 중 하나로 ‘목(木)테크’가 있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요즘 많은 사람들이 본업과 함께 주식이나 비트코인, 부동산 등 다양한 재테크를 한다. 이러한 투자는 시골에서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농부에겐 농부가 특히 잘 할 수 있는 또 다른 투자가 있다.

사실, 농부는 본업인 농사 자체가 투자다. 작물을 심으면 얼마나 잘 키우고, 또 얼마나 날씨가 도와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또한 가격 변수도 크다. 나와 같은 작물을 심은 사람들이 다 잘 되면 가격은 내려가고, 반대인 경우엔 가격이 올라간다. 아무리 농사가 잘 되더라도 가격 변수로 인해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나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결과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귀농을 할 때 작물을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왕의 열매’로 불렸던 아로니아는 한때 가격이 1kg에 3~4만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FTA 협정과 농사짓는 사람의 증가로 가격이 떨어져 지금은 1,000원대에 불과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병행하기 좋은 투자로 추천하는 건 바로 ‘목(木)테크’다. 말 그대로 나무를 심어서 수익을 얻는 투자다. 

4월은 농부에게 한 해를 시작하는 계절이다. 한 해 수확을 위해 밑바탕을 만드는 계절인데 이때 농부의 목테크도 시작한다. 우리는 조금 남아있던 자투리땅에 에메랄드그린이란 나무를 심었다.

‘나무로 돈을 번다고?’하며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잘 되면 수익률이 엄청나다. 10%, 20%가 아니라 500% 넘게 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2년생 에메랄드그린을 하나당 2,000~3,000원에 구매해 심었는데, 2~3년만 지나면 하나당 2만원 넘게 팔 수 있다. 물론 판로가 있어야 파는 거고,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엄청난 수익 아닌가? 우리는 18만원을 들여 약 60그루를 심었는데, 잘만 자라면 2~3년 뒤에는 120만원을 얻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목테크의 또 다른 큰 장점은 크게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어놓고 없다 생각하고 있어도 될 정도다. 너무 가뭄일 때만 물을 주면 알아서 잘 자란다.

우리는 이번에 18만원을 들여 60그루의 에메랄드그린을 심었다. / 청양=박우주
우리는 이번에 18만원을 들여 60그루의 에메랄드그린을 심었다. / 청양=박우주

물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막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우리도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며 방법을 깨달았다. 우선 나무를 심으려면 애기나무(1년생 혹은 묘목)가 필요하다. 나뭇가지를 잘라서 상토(고운흙)에 꽂고 물을 자주 주면서 마르지 않게 직사광선을 피해 키워야한다. 그런데 이건 나무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이렇게 하면 나무를 구매하는 비용은 절약하겠지만, 전문가 아니고서는 성공률이 높지 않다. 우리도 재작년에 100그루 키우기를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때문에 1~2년생 나무를 구매해 키우는 게 현실적이고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골에는 고라니가 참 많다. 처음 이사 오고 집 앞에 사철나무 100그루를 심었는데 고라니가 밤에 와서 잎을 다 먹었다. 고라니가 좋아하는 나무들도 있으니 꼭 파악하고 심어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심은 에메랄드그린은 고라니가 먹지 않아서 집 주변에도 심고 판매용으로도 키우고 있다. 

또 나무는 꼭 3~4월에 심어야한다. 작년에 10년생 정도 되는 앵두나무를 어머니가 사 오셔서 6~7월 경에 심었는데, 시들시들하다 죽었다. 원래 작물을 심으면 몸살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시들하다가 살아나는데 못 이기고 죽었다. 우리의 귀농을 많이 도와주신, 60년 넘게 농사를 지은 유선생님께 여쭤보니 나무는 3~4월에 심어야하고 그 시기를 놓치면 죽는다고 하셨다. 식목일이 4월초인데 요즘은 날씨기 더워지니까 좀 더 일찍 심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나무를 심을 때는 물을 엄청 줘야한다. 흙이 아니라 물에 반죽된 것처럼 찐득해질 때까지 주면 좋다. 이유는 공기층이 하나도 없게 만들어야 뿌리가 완전히 흙에 밀착돼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심으면 큰 실패는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고 쏠쏠한데 아예 나무농사를 지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나무농사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무농사는 굉장히 전문적이고 인력도 필요하다. 쉬운 농사가 아닐뿐더러 기본적으로 몇 만평의 땅에 수천·수만 그루를 심고 관리해줘야 수익이 난다. 일반 농사처럼 수확철에 농협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 방식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투리땅에 가볍게 하는 ‘목테크’를 추천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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