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총선 위기론에 직면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용산을 향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용산발 리스크’가 총선 판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대통령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사의를 표하며 부담은 덜었다지만,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여전한 뇌관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9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의도연구원에서) 170개 정도 선거구에서 여론조사를 마쳤다”며 “경합지역 아니면 우세였는데 열세로 돌아선 곳이 여러 곳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장 총장은 “이것만 가지고 총선 판세를 분석하기 어렵다”며 “역대 어떤 선거도 어렵지 않은 선거가 없었다”고 했다.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경합지역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구체적 수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번 선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상승세가 꺾인 수도권에서 피어난 ‘위기론’은 부산·울산·경남 등 당의 전통적 텃밭까지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주춤했던 ‘정권 심판론’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대파 논란’ 등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평가다.

황 전 수석이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이 대사 역시 이날 결국 사의를 표명하며 용산발 리스크는 일단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다. 당초 의대 정원 문제는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피로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일 2025학년도 정원 배분을 마치는 등 이미 완료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 다급해진 국민의힘… ‘용산’에 성토

다급한 건 국민의힘이다. 민심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지역구 출마자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권영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지율이 올라가다 떨어진 것은 이 대사 문제하고 황 전 수석의 적절치 못한 발언이 원인이 됐었다면 지금은 의정 갈등이 주요 부담”이라고 했다.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당은 정부와 달리 지역구 의원들이 민심을 제일 잘 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2천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김경진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선거에서 참패해서 우리가 2천명이 아니라 천명, 5백명도 못하게 된다면 차라리 지금 이 순간 어떤 식으로 협의를 하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등에게 전권을 부여해 이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표면상으로 드러난 문제는 의대 증원에 국한돼 있지만, 당 내부의 불안감은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선거 국면에서 용산의 그림자에 당이 가려지면서 제대로 된 승부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만들어진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옅어졌다는 우려도 이러한 맥락이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우리가 스스로 불리한 전선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김경진 전 의원은 앞서 라디오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해법에 대해 “기본적으로 용산”이라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시는 부분이 조금 약한 것 아닌가 이런 판단들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시점은 저희처럼 민심의 소리를 현장에서 매일 듣는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더 정국 운영에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도 덧붙였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에 국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며 “바뀌겠다. 여당에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성이 국민께 닿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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