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신세계건설 사옥 전경. <네이버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신세계건설이 번듯한 건설사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한 신세계건설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간에서 지적돼 온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민간 아파트 분양 시장에 복귀할 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 그룹 지원사격 덕에 승승장구한 신세계건설

건설업계에서 신세계건설은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해있다.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하나지만 업계에서는 시평 26위의 중견사에 머물러 있다. 주요사업 분야도 여느 건설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주택사업보다는 건축에 특화돼 있다. 분양 경험은 전무하며, 백화점이나 쇼핑몰, 마트 등 상업시설을 짓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주택시장 업력은 짧은 축에 속한다. 10년 남짓 하다. 그것도 대규모 주거시설을 공급하는 아파트가 아닌, 업무시설이 복합된 오피스텔을 주로 지어왔다. 내세울만한 아파트 시공 경험이라고는 지난해 이맘때쯤 대구에서 분양한 227가구 규모의 ‘더하우스 범어’ 정도다.

그럼에도 26년간 신세계건설이 건설사로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그룹 덕분이다. 그룹 계열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시평액 1조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시평순위도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50위에 머물었지만, 승승장구를 거듭해 2010년대 들어서는 상위 30위권의 번듯한 중견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실적만 봐도 신세계건설의 그룹 의존도를 한 눈에 가름할 수 있다. 지난해 거둔 1조4,381억원의 매출 가운데, 국내외 계열사를 통해 얻은 매출은 1조1,798억원에 이른다. 한 해 매출의 82%가 계열사 일감에서 나왔다. 2015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해외 매출의 100%는 해외 계열사에서 얻었으며, 국내 매출에서 계열사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81.5%였다. 그해 1조8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건설의 99%가 계열사 간 거래에서 창출됐다.

고객은 특정 계열사를 가리지 않는다. 신세계와 이마트부터 시작해 투자개발, 푸드, 조선호텔, 프라퍼티, 스타벅스, 위드미 등등 전 계열사의 건물은 신세계건설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10.2%에 불과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 시평 26위 건설사 짊어진 유통전문가

이처럼 탄탄대로 걸어오던 신세계건설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해 매출의 20%가량을 책임져 주던 이마트가 올해 출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그룹 차원의 새 먹거리이자 신세계건설의 일감이 될 ‘노브랜드 전문관’도 지역 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재래시장이나 지역 소상공인 위주의 균형발전을 펼칠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신세계건설에게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기는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세계건설의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1분기보다 41% 감소한 94억원의 영업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당기순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127억원 순이익을 달성했던 지난 1분기에 비해 56% 줄어든 55억원을 얻는데 머물렀다.

신세계건설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 가운데 하나는 윤명규 대표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홀로서기에 나서야할 신세계건설과 윤 대표의 궁합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임 3개월이 지나도록 신세계건설이 나가야할 비전이나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이마트와 위드미 출신의 ‘유통맨’ 윤 대표를 향해 우려의 시선이 보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FM(시설관리) 분야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준비 중이며 지난해 LH와 손잡고 공공아파트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면서 “앞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50%까지 줄이고 사업분야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