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2사에서 나온 부진했던 최정의 홈런. 이것이 야구고 스포츠다. /뉴시스
9회초 2사에서 나온 부진했던 최정의 홈런. 이것이 야구고 스포츠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일부러 쓰려고 해도 쓸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올 시즌 가을야구가 딱 그랬다.

지난 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 9회초 넥센 히어로즈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될 무렵 스코어는 9대 4로 SK 와이번스가 앞서있었다. 8회말 2득점을 추가한 SK 와이번스가 승부에 쐐기를 박은 듯 했고, 넥센 히어로즈는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이내 2아웃이 추가됐다.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였고, 점수 차는 여전히 5점에 달했다.

그때부터였다. 넥센 히어로즈는 김하성과 송성문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따라붙었다. 이어 서건창의 타구는 상대 수비 실책을 낳았고, 1점을 더 따라붙었다. 그리고 등장한 박병호는 짜릿한 홈런포를 터뜨리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2일,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벼랑 끝에 몰린 두산 베어스는 경기 초반 3실점을 먼저 허용하고도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어 8회말 공격에서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아내며 마침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를 7차전 끝장승부로 이끌고 가기까지 아웃 카운트 3개만을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그때 두산 베어스는 린드블럼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에이스 선발투수가 절체절명의 순간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한국시리즈가 아니면 보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불과 3일 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7이닝 동안 114개의 공을 던졌던 린드블럼은 보란 듯이 SK 와이번스 타자들을 압도했다. 김강민과 한동민 모두 꼼짝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타석엔 최정이 들어섰다. SK 와이번스 타선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지만, 올 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부진했던 최정이었다. 승부는 그렇게 7차전으로 향하는 듯 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 격언은 이번에도 존재감을 발현했다. 린드블럼의 손을 떠난 6구째, 최정의 배트에 맞은 공은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9회말 2사 이후 나온 동점 홈런이었다.

2018년의 가을야구는 그렇게 9회 2사 이후 두 번의 드라마를 썼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스포츠에, 야구에 열광하는지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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