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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공화국의 그늘③] 배달음식 5번 시켰더니… 일회용품 쓰레기 ‘한가득’
2019. 04. 19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편집자주] 2019년의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말 중 절대 빠질 수 없는 말이 있다. 바로 ‘배달공화국’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14년 1,500여만건에서 올해 초 4,000만건으로 증가했고, 월간 2,800만건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요기요 역시 5년 전에 비해 주문건수가 1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것은 1인가구의 증가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태의 확산, 그리고 배달앱 업체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과거엔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메뉴 등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사실상 모든 음식을 내 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게 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장의 등장 및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배달음식 시장의 성장에 따른 편리함 이면엔 여러 그늘도 존재한다. 배달공화국이 한층 더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배달음식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쓰레기 문제도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배달음식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쓰레기 문제도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의 주요 사업계획은 배달용기 문제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 관계자의 말이다.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가운데, 어마어마하게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발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배달음식 5번에 일회용품 쓰레기 28개

평소 배달음식을 잘 시켜먹지 않는 편인 기자는 배달음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5일간 최소 1번은 배달음식을 시켜보기로 했다.

첫 번째 메뉴로 선택한 것은 찜닭이었다. 집으로 찾아온 지인과 함께 술안주를 겸해 먹기로 했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면 적잖은 시간이 드는 찜닭이지만, 배달은 무척 빨리 도착했다. 봉지를 풀자 총 4개의 일회용품 포장용기에 찜닭과 밑반찬, 계란찜, 샐러드 등이 담겨있었다.

다음날엔 일요일을 맞아 점심을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아내와 함께 돈까스와 김치말이국수를 시켰다. 이번에도 총 5개의 일회용품 포장용기가 도착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배달시킨 메뉴는 곱창전골과 국물닭발이었다. 곱창전골은 총 6개, 닭발은 총 3개의 일회용품 포장용기로 구성돼있었다.

마지막 날엔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다. 보쌈을 시켰는데, 한 눈에 봐도 이전 메뉴들보다 훨씬 많은 포장용기들이 도착했다. 세어보니 총 10개에 달했다. 그런데 이 포장용기 위엔 ‘친환경용기’라고 적혀있었다. 친환경용기에 담긴 배달음식을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5일 동안 다섯 끼니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며 발생한 일회용품 쓰레기는 친환경용기를 포함해 총 28개였다. 평균 5.6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메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배달음식 한 번에 최소 3개 이상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했다. 5일 동안 배달음식으로 발생한 일회용품 쓰레기만 따로 모아보니 일주일치 재활용 쓰레기보다 더 많았다.

5일 동안 5차례에 걸쳐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결과, 총 28개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했다. /권정두 기자

◇ 편리한 배달음식, 쓰레기 배출은 제멋대로?

배달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일회용품 쓰레기의 급증이란 부작용 또한 낳고 있다.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각 업소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끼에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가 더욱 많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굳이 필요 없는 밑반찬이나 플라스틱 숟가락 등이 무조건 제공되고 있는 점은 더욱 큰 아쉬움이 컸다. 간혹 밑반찬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업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그냥 제공됐다. 5번의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기자는 집에 있는 수저를 사용했는데, 이로 인해 남은 플라스틱 숟가락이 10개나 됐다.

녹색연합의 배선영 활동가는 “일회용 수저 제공 여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장 조금이나마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배달앱 업체들이 보다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분리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의 한 관계자는 “남은 음식이 담겨있는 채로 버리거나, 양념 등이 묻어 지저분한 경우가 상당하다”며 “이 경우 세척 작업이 추가돼야 하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 그냥 폐기물로 처리할 때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배달용기의 종류가 다양해 분리 및 선별 작업에 적잖은 시간이 드는 것도 문제다. 아예 재활용이 불가능한 배달용기도 많다고 한다.

분리배출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것은 1인가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의 한 오피스텔 건물관리인은 “여러 차례 공지하고 강조해도 배달용기를 막 버리는 사람이 많다”며 “음식만이라도 안 담겨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배달용기는 음식물을 모두 제거한 뒤 깨끗이 씻어 분리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간편함을 위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이들에게 이러한 작업은 번거롭기만 하다. 메뉴에 따라서는 세척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자가 시켜먹은 곱창전골과 국물닭발의 경우 물과 세제로 씻어내도 음식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일회용품 쓰레기의 경우 세척 후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 담겨 있었던 경우엔 세척이 무척 까다로웠다. 사진 아래는 5일 동안 배달음식으로 발생한 일회용품 쓰레기(왼쪽)와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재활용품 쓰레기다. /권정두 기자

◇ 단계적 접근 필요… 정부, 로드맵 마련 예정

환경부는 지난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뒤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커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대형마트의 비닐 사용 금지 등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배달음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그 심각성에 비해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배달문화 확산에 따른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지난 2월 이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상반기 내로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 상황이다.

배달앱 및 배달 프랜차이즈 업체 차원의 노력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며 “친환경 소재의 배달용기 개발이나 도입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측도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도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친환경용기를 사용한 보쌈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해당 용기는 50%가 무기물질로 이뤄져있어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되는 속도가 빠르다”며 “100% 무기물길 용기를 쓰면 더 좋겠지만 음식의 온도로 인해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좋은 방안을 강구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 사실이다. 배달음식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은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커피 매장이나 대형마트에 내린 조치와 같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과 친환경용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방안 모두 당장은 현실의 벽이 높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그릇을 수거해 세척한 뒤 재사용하면 일회용품 쓰레기 발생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업소 입장에선 수거와 세척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장 배달음식용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시킬 경우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용기의 개발 및 도입 역시 기술적인 한계와 더불어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이 한계다. 친환경용기는 크게 가정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것과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가 잘 되는 것으로 나뉜다. 하지만 분해가 잘 되는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현재로선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녹색연합 배선영 활동가는 “당장 배달음식용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우선은 장기적 관점에서 로드맵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접근해야 하고, 당장 가능한 것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뭐라도 해야 할 때”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