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중주: 홍콩 이야기’ 속 홍금보 감독이 연출한 ‘수련’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칠중주: 홍콩 이야기’ 속 홍금보 감독이 연출한 ‘수련’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이름만 들어도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홍콩의 전설적인 감독 7명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연다. 홍콩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이하 ‘칠중주’)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칠중주’는 홍금보‧허안화‧담가명‧원화평‧조니 토‧임영동‧서극 등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 7명이 만든 7편의 영화를 엮어낸 작품이다. 1950년대부터 근 미래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홍콩에 대한 거장들의 애정 어린 ‘송가’ 일곱 편이 담겼다.

영화는 각 10여분 남짓의 분량으로 이뤄져 있는데, 7편의 작품 모두 각기 다른 매력으로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홍금보 감독이 연출한 ‘수련’이 첫 시작이다. 실제 무술고수 홍금보가 무술을 배우던 소년기의 수업시대를 회고하는 작품으로, 꾀를 피우던 어린 홍금보가 스승의 가르침 후 달라지는 과정이 담겼다. 영화 말미 홍금보가 직접 등장해 눈길을 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교장선생님’ ‘사랑스러운 그 밤’ ‘귀향’ ‘보난자’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교장선생님’ ‘사랑스러운 그 밤’ ‘귀향’ ‘보난자’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두 번째 이야기는 허안화 감독의 ‘교장선생님’이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1960년대 초등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이어 담가명 감독의 ‘사랑스러운 그 밤’은 영국 이민으로 헤어지게 되는 연인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담았고, 원화평 감독의 ‘귀향’은 쿵푸 마스터 할아버지와 손녀의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을 그렸다.

조니 토 감독의 ‘보난자’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아시아 금융위기와 닷컴 버블, 사스 위기 등을 거친 극적 반전의 시대에 주식투자에 열중했던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는데, 월급만으론 내 집 마련이 힘든 시대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와 똑 닮아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스 역시 코로나19를 떠올리게 한다.

임영동 감독이 연출한 ‘길을 잃다’는 홍콩의 과거를 고집스럽게 사랑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추억하며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 ‘도둑들’(2012)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임달화가 열연했다. 마지막은 서극 감독의 ‘속 깊은 대화’가 장식한다. 소통 불가능성이 지배하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동시대 영화와 감독들에 대한 애정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웃음을 안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칠중주’에 대해 “1950년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부터 21세기 번영과 자유를 누리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향수 어린 음악과 함께 우리의 과거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개막일인 21일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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