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와 김정숙 여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지만,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와 김정숙 여사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과 대화 의지가 있음을 밝혔지만 일본은 ‘구체적인 제안을 달라’는 것 외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징용·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해법을 내지 않으면, 일본은 요지부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거행된 제102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은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 되었다”며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과거 식민지의 수치스러운 역사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던 아픈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교훈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3·1절 메시지는 한일 관계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정책방향을 유추해볼 수 있어 매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1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을 향해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더불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혀 이전과는 달라진 대일 기조를 드러냈다.

이같은 유화 메시지는 한미일 3국 협력 구축 공고화를 위한 것으로, 미국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일관계 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 협력이 강화될 경우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 등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본은 구체적인 제안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같은날 정례회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지만, 지금은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중요한 것은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책임감을 갖고 구체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라며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고 싶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 기조가 바뀌었지만, 과거사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 없이는 한일관계의 복원은 요원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꾸준히 한일관계 복원과 함께 ‘과거사 해결’과 ‘실질 협력’ 투트랙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본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 정부가 투트랙 기조를 변동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