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규 대한유화 회장의 개인회사인 KPIC코포레이션은 대한유화가 생산한 제품을 판매해 연간 1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 화두로 떠오른 문제다. 재벌 오너일가가 회사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태인데,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경제 질서를 해친다.

최근엔 이 같은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다. 언론의 지적이 계속되고 각종 법적 규제가 마련됐으며, 특히 새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힘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오너일가도 적지 않다.

◇ ‘중간상’ KPIC로 50억원 현금 배당

대한유화 이순규 회장도 그 중 하나다. ‘중간상’ 역할을 하는 개인회사를 통해 매년 수십억원대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문제의 회사는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KPIC코포레이션, 이하 KPIC)이다. KPIC는 대한유화의 영문이름(Korea Petrochemical Ind. Co)을 의미한다.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이 93.35%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 6.65%는 그의 부인이 보유 중이다. 완전한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대한유화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1조1,471억원. 상당한 매출규모인데, 이는 무역업과 복합운송 주선 및 용역업으로 이뤄졌다.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한유화가 생산한 각종 제품을 해외업체에 판매하는 ‘중간상’ 역할을 한다. 별도의 생산 또는 가공 과정은 없다.

KPIC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1조1,240억원이었다. 그런데 대한유화로부터 매입한 규모가 8,523억원에 달했다. 대한유화로부터의 매입 규모가 전체 매출원가의 75%에 달한 것이다.

이처럼 대한유화의 해외영업부서 역할을 하며 KPIC가 거둔 당기순이익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그리고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5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이는 모두 이순규 회장과 그 부인에게 돌아갔다. 이순규 회장은 지난해 대한유화에서 총 33억4,9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는데, 그보다 KPIC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더 많았다.

문제는 이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수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대한유화와 KPIC의 내부거래는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 이순규 회장과 부인이 챙긴 현금 배당금은 최근 4년만 따져도 179억원에 달한다.

KPIC가 현금창고 역할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KPIC는 대한유화 지분 31.01%를 보유하고 있다. 이순규 회장의 대한유화 경영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다. 이순규 회장이 직접 보유 중인 대한유화 지분은 2.55%에 불과하다. 경영권 측면에서도, 현금 확보 측면에서도 이순규 회장은 개인회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향한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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