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의 매출액과 내부거래가 지난해에도 나란히 같은 추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유화의 매출액과 내부거래가 지난해에도 나란히 같은 추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로 논란이 거듭돼온 대한유화의 실태가 지난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부진과 정기보수의 여파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도 나란히 감소한 것이다.

대한유화는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액 2조743억원, 영업이익 1,138억원, 당기순이익 1,058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2조5,000억원을 넘겼던 매출액은 18.78% 감소했고, 각각 3,000억원과 2,500억원을 넘겼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도 절반 이상인 64.29%, 58.88% 감소했다. 대한유화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을 넘지 못한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예상보다 더 초라한 실적을 거둔 대한유화는 그 배경에 대해 “정기보수로 인해 제품 생산량 및 판매량이 감소했꼬, 스프레드 악화로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 속에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부거래 실태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대한유화는 지난해 KPIC코포레이션(이하 KPIC)을 통해 1조55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1조3,568억원이었던 2018년보다 22.18% 감소한 수치다. 이는 대한유화의 매출액 감소 규모(18.78%)와 궤를 같이 한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껑충 뛰어올랐던 2018년에도 맥락은 같았다. 당시 대한유화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53% 증가했는데, KPIC와의 내부거래 규모 역시 59.18% 증가한 바 있다. 이밖에도 대한유화의 매출액과 KPIC와의 내부거래 규모는 늘 같은 추이를 보여왔다.

이는 KPIC의 사업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KPIC 무역업 및 복합운송 주선 및 용선업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별도의 생산·가공 공정 없이 대한유화가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KPIC는 대한유화 전체 매출액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KPIC의 매출원가의 대부분은 대한유화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다.

이 같은 사업구조를 통해 KPIC가 거둔 수익은 고스란히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에게 향한다. 이순규 회장은 KPIC 지분 93.35%를 보유 중이며, 부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100%가 된다. 완벽한 개인회사인 셈이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대한유화는 이를 기반으로 한 배당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실적 기준 결산배당을 2,500원으로 제시한 상태다. 지난 3년간 매년 주당 4,000원을 배당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배당금 총액도 247억원에서 154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배당금의 상당부분은 KPIC를 거쳐 이순규 회장에게 향할 전망이다. KPIC가 대한유화 지분 31.0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KPIC는 이번에도 대한유화로부터 50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받게 되며, 이는 다시 배당을 통해 이순규 회장에게 향한다. 지난 4년간 KPIC가 실시한 배당 규모는 총 179억원에 달하며, 모두 이순규 회장 차지였다.

대한유화의 이러한 실태는 오너일가의 각종 사익편취를 향해 칼을 빼든 정부 행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다만 대한유화는 자산규모가 규제 대상에 미치지 않아 직접적인 제재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기업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나 감시망을 벗어나 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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