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미국계 보험사인 라이나생명이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순이익이 전년보다 늘어난 만큼 배당 확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외국계 생보사들의 고배당 잔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 못해, 뒷말을 사고 있는 모양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달 초 중간 배당으로 총 2,00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외국계 대주주에게 전달됐다. 라이나생명의 지분 100%는 시그나 체스너트 홀딩(Cigna Chestnut Holding)가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배당금은 올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69.8%에 달한다. 라이나생명은 3분기까지 2,867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보다 26.9% 증가한 규모다. 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배당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0%에 달하는 배당성향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라이나생명은 그간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쳐온 곳 중 하나다. 2016년에는 결산 배당금은 1,500억(배당성향 62.1%) 수준이었다. 지난해 결산 배당금의 경우, 1,200억원(배당성향 37.3%)으로 낮아졌지만 이번 중간 배당으로 다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같은 고배당 행보는 외국계 보험사의 국부유출 논란과 맞물려 눈살을 사고 있는 모양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외국계 생보사들의 배당금 규모는 총 9,736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배당 규모는 ▲2013년 1,055억원 ▲2014년 1,450억원 ▲2015년 2,350억원 ▲2016년 2,293억원 ▲2017년 2,747억원으로 매년 확대되는 모습이다. 주주가치환원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의 공통된 입장이지만, 외국계 주주 배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구나 최근 신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당국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배당 자제까지 권고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같은 고배당 행보는 더욱 눈에 띈다. 당국은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두고 자본건전성 관리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3분기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294.1%다. 이는 업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전년 3분기(325.6%) 대비는 낮아진 수치다.  

이에 대해 라이나생명은 “RBC 비율은 4분기 순이익 반영되면 다시 300%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한편 라이나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기업이다. 글로벌 보험그룹인 시그나(Cigna)의 계열으로, 1987년 지점 형태로 진출했다가 2004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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