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패스트트랙 처리를 두고 바른미래당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선거제 패스트트랙 처리를 두고 바른미래당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는 문제를 놓고 내홍에 빠졌다. 바른미래당은 20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4시간 40분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으나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당내 갈등만 노출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꾸준히 당의 의견을 모아나가기로 했다"며 "원내대표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최종 협상안이 도출되면 그걸 가지고 의총을 열어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 의총은 김 원내대표가 전날 "당론을 모으는 절차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 지상욱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헌에 중요한 정책 법안 사안에 대해서는 3분의2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라고 반발했고, 정병국·유승민·이혜훈·하태경·유의동·이언주·김중로 의원과 함께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바른미래당은 출범 이후 주요 현안을 놓고 자주 당내 갈등을 빚어왔다. 정치권에서는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사이의 이념 정체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와 함께 당 지도부가 당론 결정 과정에서 보인 당내 소통부족, 당헌·당규를 위배하는 인상을 나타낸 것도 내홍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안철수의 6·13 선거 공천부터 손학규의 선거제도 개편까지

당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크게 부딪친 것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국면에서부터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측근인 김근식 교수를, 송파을에는 손학규 대표를 전략공천하려 했었다. 당시 노원병에는 이준석 최고위원이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했었고 송파을에는 박종진 전 앵커가 이미 당내 경선을 1위로 통과했던 시기다. 노원병은 김 교수가 일찍 자진사퇴하면서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지만, 송파을은 안 전 대표가 손 대표 전략공천을 후보등록 마감일 직전까지 강행하면서 내홍이 극에 달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는 이념 정체성과 개혁입법연대 문제가 화두였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바른미래당은 워크숍을 통해 당 정체성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민생실용정당'으로 정했는데, 안철수-유승민 공동성명서에 명시된 '합리적 중도'가 합리적 진보로 바뀌면서 바른정당 출신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났다. 특히 당 지도부는 워크숍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체성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으나 이를 사실상 종료하기도 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과 함께하는 '개혁입법연대' 참여를 놓고도 바른정당 출신들이 공개반발한 바 있다.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는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추진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당 차원의 찬성을 주장했다가 '북한 비핵화 여부'를 강조한 보수성향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특별재판부 추진은 보수성향 의원들과 호남 중진의원들까지 나서 '위헌적 요소'를 지적했다.

이번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까지 주요 현안마다 당내 갈등으로 부각되는 것은 결국 소통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소속 의원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당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의원이 25명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더 많은 논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상욱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그거보다 조금 더 많은 의원들이 찬성한다고 공식 입장이라고 얘기를 한다"라며 "김 원내대표가 '당론을 모으는 절차가 의무 사항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고, 당론이 아니다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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