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민들과 함께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저도 산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주민들과 함께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저도 산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저도’를 찾아 시민 탐방단과 함께 산책을 했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휴가를 반납한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저도 산책행사 만큼은 손수 챙겼다. 통제구역이었던 저도를 부산경남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고, 나아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육성해 동남권 관광벨트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에 앞서 “유람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 같은 시설들이 갖춰질 때까지는 시범 개방을 해 나가다가 준비가 갖춰지면 완전히 전면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개방을 할 생각”이라며 “이곳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특히 남해안 해안관광의 하나의 중심지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었다.

문 대통령이 부산경남 지역을 살뜰히 챙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부내륙철도, 울산 외곽순환도로,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등 7조원 규모의 SOC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결정했고, 부산은 ‘스마트 시티’ 시범도시로 지정됐다. 올해 말 예정된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도 부산에서 개최된다. 부산을 국제적인 도시로 홍보하고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와 여당의 선물공세가 집중되는 것은 부산경남이 문 대통령의 지역적 기반이면서 동시에 여야 정치판세를 가를 핵심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총선 때 부산경남에서 승리할 경우,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을 대구경북에 고립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동력 확보 및 정권재창출의 분수령임을 감안하면, 민주당 입장에서 부산경남 지역은 특히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 “한국당 찍어주려 선거 기다려”

5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부산경남 지역 지지율은 전국 정당지지율에 미치지 못했으며 오히려 한국당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리얼미터
5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부산경남 지역 지지율은 전국 정당지지율에 미치지 못했으며 오히려 한국당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리얼미터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부산지역 시민들 상당수는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체감경기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는 이유가 컸다. 부산 서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52세)는 “손님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며 “장사하는 사람은 경기가 항상 나쁘다고 말하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B씨(48세)는 “번화가 프렌차이즈는 사람이 몰린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동네장사 하는 사람들은 파리만 날린다”며 “더불어 잘 살게 해준다고 해서 뽑았는데 현실은 아니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C씨(68세)는 “새누리당 당원이었지만 박근혜가 미워서 활동을 안했다”면서도 “민주당 하는 게 보기 싫어서 한국당 찍어주려고 선거날만 기다린다”고 했다. 사실 부산은 19대 국회까지 18개 지역구 가운데 두 석을 제외하고 보수당이 싹쓸이할 정도로 보수우위의 지역이었다. 당시 보수진영이 내 준 두 지역구도 오랜 지역밀착형 인사인 조경태 의원과, 차기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의원 정도였다.

지역 민주당 인사들의 진단도 비슷했다.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여당 프리미엄 지지율을 빼면 부산경남에서 한국당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고정표만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한국당이 더 많다”고 했다. 실제 리얼미터가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경남 지역에서 오히려 한국당 지지율(39.9%)이 민주당(34.1%)을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위기를 돌파할 전략적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선주자급 인물 영입과 가덕도 신공항 유치가 두 축이다. 부산시당 중심으로 조국 전 민정수석을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조 전 민정수석의 입각이 유력해졌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민주당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다른 부산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부산에 많은 선물을 안겼지만 정작 시민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례로 부산시민공원도 노무현 정부에서 했지만 잘 모른다”면서도 “가덕도 신공항은 다르다. 동남권 물류와 관광 중심지 육성의 마침표가 가덕도 신공항이고 모든 부산시민의 염원이 담겨있다. 가덕도에 신공항 유치가 된다면 부산민심에 큰 파장이 일 것”이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YTN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5일 간 진행됐다. 유무선 ARS 및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해 전국 성인남녀 2,511명이 최종응답을 완료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전체 응답률은 4.9%다. 보다 자세한 선거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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