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요건과 적용 대상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요건과 적용 대상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정부가 고분양가와 집값 상승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요건과 적용 대상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르면 오는 10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준비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지정요건을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개정하고, 적용시점을 일반주택사업,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관계 없이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 단지’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또한 주택 전매제한기간을 현행 3~4년에서 최대 5~10년으로 확대하고,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도 분양할 수 있는 후분양의 분양 시점도 ‘지상층 층수의 3분의2 이상 골조공사 완료(공정률 50~60%)’에서 ‘지상층 골조공사 완료(공정률 80%)’로 개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보는 시선이 극명히 나뉜다.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고 주택시장의 안정을 이어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선과 조합 및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분분하다.

◇ 고분양가→집값 상승… 칼 뽑은 정부

국토부의 이번 분양가상한제 지정기준 개선은 최근 상승하고 있는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고분양가와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32주간 하락했으나, 올해 7월 34주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특히 상승세는 투자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인근 지역의 신축 아파트와 주요 단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강남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재차 상승했다. 강북 또한 올해 2월부터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6월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부는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 대비 3배 가량 높아 분양가 상승이 인근의 기존주택 가격 상승을 이끌어 집값 상승을 촉발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74%인 반면 분양가 상승률은 21.02%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이번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지정요건 개선으로 평균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연구원 또한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서울 아파트 가격의 연간 1.1%p 하락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국토부의 분양가상한제 개정안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수익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뉴시스

◇ 정비사업 위축 우려… 조합·건설사 울상

이번 국토부의 개정안으로 가장 울상 짓는 곳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현장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기존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지만, 이번 개정으로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적용시점이 변경된다.

통상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조합 설립 후 분양을 신청한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사업 시행 후 반드시 수립되어야 하는 과정으로, 사실상 착공 전 마지막 단계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381개 단지 중 관리처분계획인가신청을 마무리한 단지는 66곳, 총 6만8,406가구다. 이들 사업장 중 상당수는 이번 분양가상한제 개정안의 소급적용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에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마무리한 조합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조합들은 법적 대응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사업장이 분양가상한제의 소급적용을 받을 경우 조합이 기존에 책정했던 분양가 대비 낮은 분양가가 책정돼 조합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의 수익성 악화가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건설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장에서 실질적 공사를 수행하는 하도급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의 수익성이 나빠진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서울의 경우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사업만 가능한 가운데, 조합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면 차후 공급 자체가 줄어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기조에 따른 예상됐던 정책으로, 부작용 또한 이미 널리 알려졌던 사안”이라며 “정부가 탄력적 적용을 밝힌 만큼 건설사와 조합 등은 일단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메이저 건설사들의 경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면서 “현장에서 실질적 공사를 진행하는 하도급 업체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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