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운데). /시사위크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운데). /시사위크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무관한 지점에 있는 서로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영화를 통해 연대할 때 정말 행복하다. 그런 시간들을 거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5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모더레이터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일본 출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칸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그는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 가족을 소재로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선보이며 언론과 평단,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영화제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올해의 아시안영화인상(The Asian Filmmaker of the year)을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이 열리기 약 두시간전 김해 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공항에서 바로 회견장으로 오게 된 고레에다 감독은 “약간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 인사를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경사스러운 해에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서 굉장히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후부터 줄곧 같은 시간 세월을 함께 걸어온 영화제이기도 하다”라며 “그런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나서 만든 가족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랑스 영화의 살아 있는 두 전설 카트린 드뇌브(파비안느 역)와 줄리엔 비노쉬(뤼미에르 역)가 어머니와 딸로 만나 강렬한 충돌을 선보인다.

고레에다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대해 “가족 드라마보다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여배우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처음 시작이었고,  여배우가 되지 않았던 딸과 젊어서 세상을 떠나게 된 여자, 두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서 세 인물 가운데 있는 한 명을 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감독이 해외에서 제작한 첫 영화이자 열네 번째 장편이다. 프랑스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것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이국적인 땅에서 촬영하면서 주의했던 부분이 몇 가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에펠탑 앞에서 촬영을 한다든지 개선문 등장시킨다든지, 그림엽서에서 봐왔던 풍경 속에 인물들을 걷게 한다든지 등을 가급적으로 피하도록 주의했다”며 “일상적인 풍경들 속에서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들을 그려낼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또 고레에다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밝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어둡고 무거운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제 영화에 대해 그런 인상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카트린 드뇌브와 함께 영화를 찍으면서 어머니이자 딸, 아내이자 여배우로서 다각적인 매력을 끌어내고 싶다는 연출가로서의 생각이 있었고, 동시에 음과 양의 모든 면을 반영하는 작품이 됐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영화를 보고난 후 밝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전혀 무관한 지점에 있는 서로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영화를 통해 이어지고 연대할 수 있는 경지와 심경을 느꼈을 때 정말 행복하다”면서 “그런 시간들을 거치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이날 오후 7시 30분 공식 상영된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가운데 감독 혹은 배우가 직접 참석해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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